'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이것은 어느 검찰청사의 입구에 걸린 액자에 써있는 글귀다. 검사로 임용받을 때 검사 선서를 하게 되는데 그 내용은‘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이해와 신뢰를 얻어내는 믿음직한 검사, 스스로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여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이다. 참으로 지당하고 공감이 가는 말들이다. 검찰 내 수많은 일선 검사들은 위와 같은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매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검찰에 대한 신뢰도는 어떠한가. 대한변협과 법조 언론인클럽이 실시한 법조인 신뢰도 설문조사에 의하면 검사에 대한 신뢰도는 5점 만점에 2.3점이다. 보통인 3정도 안 되는 수치다. 이는 고교동창 스폰서 의혹으로 구속된 일명 ‘스폰서 검사’와 비상장 주식뇌물 사건으로 구속된 검사장 사태 등 연이은 비리사건에 따른 여파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특히, 정치적 사안과 관련해서는 국민들의 검찰에 대한 불신이 더욱 심각하다. 인터넷의 댓글을 보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원색적인 비판의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필자가 30여년 전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때 그 소식을 들은 대학후배의 첫마디가 이러했다. “선배님, 검사들은 힘 있는 사람들에 관하여는 잘 파헤치지 않고 서민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데, 그것을 시정해 주세요!”였다. 세월이 많이 흘러 오늘에 이르러서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검찰수사에 대하여 못 미더운 분위기가 큰 물줄기가 되어 도도히 흘러오고 있는 것 같다. 약 4년 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선거가 처음으로 직선제로 치루어질 때 필자는 여러 공약 중‘검찰의 정치적 중립 실현, 검사장 국민 선출제’등도 집어 넣었다. 선거에서 당선된 후 임기동안에 다른 현안에 떠밀리다시피하여 2년의 짧은 임기를 마칠 때까지 위 문제에 관하여는 입법 발의도 시키지 못하였다. 참으로 아쉽다. 변호사 단체가 위와 같이 민감한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었다.

전체 검사들은 검사 동일체의 원칙에 따라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여 유기적 조직체로 구성되어 있고, 검사에게는 수사권, 기소 독점권, 기소 편의주의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검찰수뇌부에 대한 인사권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정당이 권력을 장악했을 때 대통령이 검찰총장·검사장에 대한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추상같은 검사라고 하더라도 자신을 임명해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 매스를 들이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권력에 대하여 검찰이 과감히 부정·부패를 바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정의가 실현 될 수 있다. 그래야만 결국에는 그 정권도 건강하게 유지되어 성공할 수 있고 국민들도 불만 없이 검찰을 신뢰할 수 있으며, 나아가 국가도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의 인사 시스템 하에서는 국민들은 검찰 수사에 대하여 정치적으로 첨예한 사안일수록 믿지 못하기 때문에, 특별검사제, 국정조사를 도입하게 되는 것이다. 구두탄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아무리 공언 한들 과거부터 국민들 마음속 깊숙이 켜켜이 쌓여온 불신의 잠재의식을 무너뜨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으로부터 완전 독립하여 검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는데, 어떻게하면 정치권력과 검찰권 행사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우리는 위와 같은 길고 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

여러가지 개선방안이 있겠지만 필자 소견으로는 헌법 제89조, 검찰청법 제34조, 공직선거법 등을 개정하여 검찰총장 검사장을 지방자치선거때 법조인 자격 있는 사람 중에서 선거로 뽑았으면 좋겠다. 물론, 그 후보자들은 정당인이 아니어야 한다. 인권의식 있으며 정의롭고 균형감각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더 좋을 것이다. 선출된 검사장, 검찰총장에는 여당이나 야당으로부터 공히 독립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 검찰은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수사·기소할 뿐, 대통령, 법무장관, 민정수석, 여당, 야당 등 눈치를 볼 수 없도록 입지를 마련해 주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검사들에게 양심적 호소를 하거나 검사 선서를 하게 하는 것보다 검찰수뇌부 임명 방법에 대한 구조적 개혁을 하는 것이 검찰을 바로 세우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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