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이언 보스트리지│바다출판사│520페이지



세계 최고의 테너이자 노래하는 인문학자로 불리는 이언 보스트리지가 지난 30년 동안 100차례 이상 불러온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24곡을 낱낱이 파헤쳤다. 클래식이나 예술 가곡이라고 불리는 음악은 우리가 평소 듣는 음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조금 어렵고 어쩌면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는 전 세계 연주회장에서 심금을 울리는 감동을 준다. 그 이유는 인류의 공통된 경험이 바탕에 있는 위대한 예술작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답이다. 그렇기 때문에 ‘겨울 나그네’는 클래식 입문자들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곡이다.

이언 보스트리지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에서 클래식 입문자들이 이 곡을 좀 더 친근하게 들을 수 있도록 음악적인 설명과 함께 당시의 역사, 사회, 문화를 통해 풀어낸다.

이언 보스트리지는 조금 특이한 이력의 테너다. 그는 성악이 아닌 역사와 철학을 전공했으며 역사학으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다가 당대 최고의 바리톤 피셔디스카우의 권유로 29세의 나이에 전업 성악가가 됐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에는 이런 그의 이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음악에 관한 설명부터 슈베르트와 뮐러가 살던 당대의 시대와 사회, 문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가져와 연가곡 ‘겨울 나그네’에 숨겨진 의미들을 짚어낸다. 이를 통해 독자는 곡에 함축된 사회적 의미를 유추하고 슈베르트의 삶과 음악을 이해한다.

이언 보스트리지는 이 책을 마치며 “예술은 살고 느끼고 생각하는 인간에 의해 역사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예술이 감정, 이데올로기, 실제적 제약으로 이뤄진 세계와 어떻게 연관되고 근거를 두는지 살펴보지 않고서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예술은 삶과 형식의 충돌에서 빚어진다. 일종의 이상화된 진공 상태에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넓은 의미로서 개인적인 것, 정치적인 것을 살펴볼 때 그제야 보다 형식적인 측면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한 곡 한 곡을 낱낱이 파헤친 저자의 집념, 곡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이언 보스트리지가 안내하는 겨울 나그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슈베르트의 음악 세계를 생생하게 경험하게 될 것이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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