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검토했지만 참고용일 뿐이다"

경기도가 최근 이사장과 대표이사를 선임하면서 출범시킨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경기도주식회사)의 이사와 고문이 운영하는 업체에 각종 사업권을 넘길 수 있는지를 따져보기 위해 자체 법률검토까지 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법률검토 결과 이사회 승인절차만 거치면 이사장, 이사, 고문이 운영하는 회사에 사업을 위탁하거나 용역을 맡길 수 있다는 법 해석이 나왔다.

경기도주식회사의 실소유주나 다름없는 경기도가 마음만 먹으면 이사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각종 사업권을 나눠줄 수 있고, 투자자들로 구성된 이사들끼리 담합해서 사업권을 나눠먹는 내부거래까지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법률검토를 실시한 배경에 커다란 의문이 일고 있다.

경기도주식회사의 요구로 법률 검토를 대신 해준 것인지, 아니면 현재 이사회만 구성했을 뿐 운영 조직을 갖추지 못한 회사를 지원할 목적으로 경기도가 자발적으로 실시한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청 안팎에서는 “이시장은 남경필 경기지사가 영입했고, 대표이사는 이사장 사람이며, 이사회는 경기도 뜻대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사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사업권을 넘겨주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자본금 확보 과정부터 사업 추진 방식에 이르기까지 미르재단을 닮아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중부일보가 입수한 A4용지 4쪽 분량의 ‘경기도주식회사 회계처리 관련 법률 자문 의뢰’라는 제목의 문건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 9일 경기도주식회사의 이사, 고문이 운영하는 업체에 사업을 의뢰하거나 용역을 맡기는 것이 관련 법률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자문해달라고 법률자문관에게 요구했다.

자문을 의뢰한 공무원은 ‘관계 법률(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지방계약법, 공정거래법, 상법 등) 조문을 조회한 결과 저촉되는 부분은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률자문관은 ‘경기도주식회사 이사 또는 이사와 관련있는 자가 운영하는 사업체가 경기도주식회사와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밝히고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관련 법률을 해석했다.

법률자문관은 ‘이사 또는 주요주주에 해당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 이시화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이사회의 승인은 이사 3분의 2이상의 수로써 하여야 하고, 그 거래의 내용과 절차는 공정하여야 한다’는 상법 제398조(이사 등과 회사 간의 거래)를 참고법령으로 제시했다.

법률자문관은 개인적 견해라며 의사결정의 참고자료로 활용하되 대외적 명분으로 제시하지 말라달라는 단서조건을 붙였지만, 사실상 경기도주식회사가 이사들이 운영하는 회사 등에 사업을 맡겨도 된다는 법 해석을 해준 셈이다.

경기도가 경기도주식회사 출범 직전에 상당한 오해를 자초할 가능성이 높은 법률검토를 실시한 배경에 각종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공무원들은 “우여곡절끝에 경기도주식회사를 출범시키긴 했지만, 사업을 집행할 조직을 갖출 시간적 여유가 없다보니 이사장과 이사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사업을 맡기려고 무리수를 둔 것이 아느겠느냐”면서 “이사장이 운영하는 디자인회사에 경기도주식회사 BI 개발을 위탁했거나 이사들이 운영하는 인터리어 회사 등에 오프라인 매장 공사를 맡겼을 개연성이 매우 커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도주식회사는 다음달 8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오프라인 매장 오프닝 행사를 하기 위해 복수의 업체에 사업을 위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아 경기도주식회사 대표이사는 “이런 법률자문이 진행됐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면서 “회사가 운영하는 모든 부분을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아웃소싱을 줄 수는 있지만, 이사진 구성과 연관된 기업을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계획은 단언컨대 절대 없다. 어떤 사업이든 레퍼런스가 검증된 업체 또는 사람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법률검토를 했지만 참고용에 불과하고, 직원이 없어서 3~4개 업체에 아웃소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경기도주식회사에서 용역을 맡긴 회사는 이사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업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주식회사 이사회는 이영혜 이사장(디자인하우스 대표), 김은아 대표이사, 김영민 이사(SM엔터테이먼트 대표)를 비롯해 12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됐다.

황영민기자

▲ 사진=연합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