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푸릇푸릇한 찻잎을 피워 초록 물결을 만들어내는 전남 보성의 드넓은 녹차밭이 겨울 밤, 눈부신 조명옷을 입고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약 200만 개의 LED전구를 사용해 전남 보성 녹차밭을 온통 빛으로 물들이는 ‘녹차밭 빛 축제’가 내년 1월31일까지 보성읍 봉산리 한국차문화공원과 율포솔밭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린다.


국내 최대의 차(茶) 생산지 보성 녹차밭

한반도의 끝자락,전남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에 위치한 보성 녹차밭(대한다원)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차 밭으로 본래 한국차의 명산지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보성 녹차밭의 면적은 약 500만㎡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차를 재배하는 보성 녹차밭은 대부분 산비탈을 개간, 조성한 곳이라 맛과 향이 야생차에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예로부터 밭의 물빠짐이 좋고 밤과 낮의 온도차가 크며 안개가 많은 곳에서 생산된 차의 색과 맛, 향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바다와 가깝고 연중 기온이 선선한 보성 녹차밭은 차 재배지로써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47일 간의 화려한 빛 축제

내년 1월31일까지 47일 간 보성 녹차밭의 밤을 화려하게 장식할 ‘보성차밭 빛 축제’는 올해로 14회째를 맞는다.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 한국차문화공원과 율포솔밭해수욕장 일원에서 펼쳐지는 보성차밭 빛 축제는 오는 16일 점등식을 열고 ‘이순신, 희망의 빛’이라는 테마로 꾸며진 200만 개의 LED전구에 일제히 불을 켠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길이 150m,높이 120m의 대형 트리는 봇재다원에 설치된다. 보성차밭 빛 축제의 상징인 이 대형트리는 지난 2000년 밀레니엄 트리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빛 축제의 주요 무대인 한국차문화공원에서는 형형색색의 은하수 전구와 LED 조명이 마치 눈꽃이 내리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성큼 다가온 겨울 한복판에 낭만적 정취를 한껏 더한다. 오색 물결의 은하수 터널과 공룡·용·사슴 등의 형상을 만들어낸 빛 동산, 주변 수목을 이용한 빛광장은 물론 소망나무, 포토존 등의 다양한 조명 시설이 시선을 빼앗고 소망카드 달기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빛 축제를 찾아 전국에서 몰려든 관람객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율포 솔밭해수욕장 수변에는 10m 높이의 수상 조형물인 ‘희망의 아침’을 설치해 관람객들이 한 해를 정리하며 다가오는 새해의 소망을 기원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들이 낭만적인 겨울바다를 배경으로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낭만의 거리와 사랑의 미로길도 설치했으며, 새해를 맞는 서로를 위해 대형 선물상자를 배치해 환상적인 밤바다를 연출했다.

이외에도 빛 축제기간에는 다채로운 주말 상설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등이 이어져 따뜻하고 낭만적인 겨울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빛 축제는 오는 16일 점등식을 시작으로 내년 1월31일까지 이어지며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금·토·공휴일은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다.

보성의 밤을 밝히는 ‘이순신, 희망의 빛’

올해 빛 축제의의 테마는 ‘이순신, 희망의 빛’이다. 보성군은 충무공과 뗄 수 없는 각별한 인연을 지녔다.

보성군 열선루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6년 째인 1597년, 수군을 폐지하고 육진에 편입하라는 교지를 받고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선이 남아 있습니다’라는 장궤를 올려 조선 수군을 유지케 한 역사적 장소다.

이곳에서 군사와 군량미를 확보한 충무공은 그해 9월16일 울돌목에서 세계 해전사에 길이 빛나는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아직도 보성군에는 득량 선소와 조양창, 보성읍성, 군영구미 등 이순신 역사문화자원이 남아있으며 보성군은 2018년까지 열선루를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보성은 충무공의 부인인 방씨부인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자 충무공과 방씨부인의 사랑이야기가 깃든 의미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순신의 장인인 보성군수 방진(方震)은 이순신에게 무관의 길을 열어준 인생의 스승이다. 방진의 외동딸인 방씨부인은 18세의 나이에 두 살 위인 21세의 청년 이순신과 결혼했고 방진의 사위가 된 이순신은 1576년 병과 급제 전까지 보성 처가에서 무예를 연마했다.

보성군은 충무공과의 각별한 인연을 빛 축제와 접목해 율포솔밭해수욕장 일원에 거북선 용머리와 청룡, 장군의 투구 등 이순신을 테마로 한 빛 거리를 조성했다. 또 득량만의 청정해역을 상징하는 새파란 빛 물결과 보성녹차를 상징하는 초록 빛이 축제기각 내내 보성의 밤을 환히 밝힐 예정이다.

박현민기자/min@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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