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일이라도 내 손으로 할 수만 있다면, 그 일을 통해 누군가를 돕고 사랑할 수 있다면 저는 만족합니다."

시각장애인 가수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오하라(본명.김연희)씨의 목소리는 언제나 밝은 기운이 넘친다.

10여년 전인 30대 중반 무렵, 갑작스레 시야가 침침해지고 흐려지는 ‘망막세포변성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리면서 그녀의 인생은 180도로 변했다.

미처 손을 쓸 사이도 없이 1년만에 시력을 모두 잃은 그녀는 암흑속에 갇힌 공포 이외에도 세상 모든 것과 이별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이혼을 하고 한창 사춘기인 아이들 마저 떠나 보냈다. 암울한 현실은 더 이상 생에 미련이 없다는 나쁜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절망의 밑바닥에서 신음하던 어느 날 나 자신 조차 사랑해 본적이 없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 스스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부터라도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며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수원에서 통학하며 점자를 배우고 안마사 교육을 받았다.

‘내 힘으로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굳어 갈 무렵 우연히 지금의 남편 이태웅씨를 만났다.

길을 헤메는 모습이 애처로워 자상하게 길을 알려주었고 그 후로 자연스런 만남이 이어지다 지난해 결혼해 신장동에 둥지를 틀었다.

동갑내기 남편 이씨 역시 오씨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본업인 스케이드 보드 강사 대신 시각장애인 가수 오하라의 매니저, 운전기사, 의상 코디네이터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가수 오하라로 탄생되기 전, 김연희씨는 노래에 소질있는 매력있는 여자였다.

2014년 오산시에서 열렸던 전국노래자랑에 나가 대상을 받았고 그녀를 눈여겨 봤던 작곡가의 도움으로 지난해 11월 첫 앨범을 내고 정식가수로 데뷔했다.

예명 오하라에는 ‘감사’ ‘사랑’ ‘행복’ ‘겸손’ ‘노력’" 다섯가지를 행하며 살아가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름에 맞게 오씨는 가수활동을 하면서 벌은 수입의 대부분을 말기암 환자 센터, 홀몸 노인, 소년소녀 가장, 유기 동물 후원 단체 등에 보내고 있다.

오하라 씨는 “이름이 제법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 오라는 곳이 많아졌다”며 “노래를 하든, 강연을 하든, 안마를 하든 내 힘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나고 행복하다”고 웃음을 지었다.

심재용기자/sj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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