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 저희 대기업이잖아요.”

최근 파격적인 출혈 입찰로 경기도 정보통신망 인프라구축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SK브로드밴드 관계자와의 통화 중 내용이다.

SK는 총사업비 184억 원 규모의 이 사업 입찰에서 106억 원을 응찰했다.

예정가의 60%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저가를 제시한 것.

최근 3년간 타 시·도의 정보통신망 인프라구축사업의 평균 낙찰률이 70% 후반대인 것을 감안했을 때, SK의 낙찰률은 분명 파격적인 수준이다.

입찰 결과 SK는 가격평가에서 경쟁사보다 높은 평점을 얻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SK가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은 물론, 부실공사 및 하청기업들의 피해로 이어지진 않을지 우려의 시각을 보냈다.

그렇다면 왜 SK는 출혈을 감수하고도 이 사업을 따내고자 했을까.

답은 통신사 간 경쟁구조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경기도의 정보통신망 인프라구축사업은 지난 10년간 KT에서 맡아왔다.

경기도 정보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은 관급공사의 장점인 안정적인 매출처 확보 외에도 공공기관의 네트워크를 책임진다는 상징성을 지닌다.

하지만 KT에 비해 기술평가 평점이 떨어지는 SK 입장에서는 무리해서라도 신규 시장에 진입할 가치가 있었을 것.

취재 중 SK 관계자에게 저가 입찰로 인한 부실공사와 하도급 업체들의 피해 발생 가능성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은 “저희 대기업이잖아요.”

물론 대기업인만큼 공사품질을 책임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겠지만, 반대로 대기업이라는 이름 아래 공정한 입찰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실제로 최근 경기도는 SK가 제안한 일부 장비를 교체해줄 것을 요구했다. 사유는 제안요청서 기준 미달.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황영민 정치부 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