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그때 그 말을 하지 말 걸, 무의미 하게 흘려보낸 시간 등을 아쉬워 하며 후회하거나 속상해 한다.

기회가 와도 느끼지 못하고 그냥 놓쳐버리고 때늦은 후회를 한 경험을 수 없이 많이 했을 것이다.

그리스 시라쿠사 광장에 가면 기괴하고 우스꽝스런 모양의 동상이 하나 볼 수 있다.

사람 같기도하고 동물 같기도 한 형상이다.

기괴한 모습의 이 동상은 앞머리는 숱이 무성하고 뒷머리는 민머리에다 양 어깨에 날개가 달려 있고 발뒷꿈치에도 조그만 날개가 달려있다.

동상의 한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손에는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다.

이 동상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의 아들 카이로스 ‘기회의 신’이다.

동상 앞에는 카이로스에 대해 설명하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단순히 형상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삶을 다시한번 되새겨 보게 한다.

동상 앞의 글귀를 보면 카이로스의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이 내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리지 못하고 나를 발견했을 때 쉽게 붙잡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란다.

또 뒷머리가 민머리인 이유는 자신이 지나가고 나면 쉽게 붙잡지 못하게 하고 발에 날개가 있는 것은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함이다.

금방 알아차릴수는 없으나 발견하면 붙잡을 수 있으며 지나치고 나면 붙잡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 바로 기회란 것이다.

기회는 다시 돌이킬수 없다는 뜻이다.

양손에 쥐어진 저울과 날카로운 칼은 기회가 왔을 때 신중하게 분별해 정확하게 판단하고 칼같이 결단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소망하는 것이 좋은 기회다 그러나 한편으로 쉽게 놓친다.

완벽하지 않은 조건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살아가면서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가장 좋은 때가 지금일 수 있다.

온 나라가 한 달 넘게 최순실의 국정 농단 늪에 빠져 허우적대며 혼돈 상태다.

국정은 파행이고 민심은 거대한 해일이 됐다.

성난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는 국회대로 박 대통령 강제퇴진을 위한 탄핵안 처리 절차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오는 8일 국회 본회의 보고를 거쳐 9일 표결 처리하기로 했다.

현 정부를 창출한 집권 여당 새누리당의 비주류는 박 대통령이 7일 오후 6시까지 명확한 퇴진 시점을 천명하라고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오는 9일 탄핵안 표결에 찬성하겠다는 방침을 굳혀 놓고 있다.

이와함께 야당에 대해서는 7일까지 협상을 통해 ‘질서있는 퇴진’을 위한 합의안을 만들자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야 3당은 대통령 탄핵의 키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주류의 의사와 관계없이 9일 탄핵안 처리 표결을 예정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헌정사상 두번째 대통령 탄핵안이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는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발의 후 12년 만이다.

이번 탄핵안이 의결되기 위해서는 전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200명이 찬성해야 한다.

야 3당과 무소속 의원을 합친 야권 의원 172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다 해도 새누리당 의원 28명이 동조해야 한다.

결국 탄핵안 가결 성패는 그동안 탄핵에 동조해온 새누리당 비주류의 손에 달렸다.

야 3당이 탄핵안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있는 어떤 복안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이처럼 국민적 저항과 국회에서 탄핵안이 발의될 정도로 박 대통령의 책임이 엄중하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이 모든 것이 박 대통령에서 비롯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앞으로 1주일이 탄핵정국의 중대 분수령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명확한 퇴진 일정을 밝히지 않고 “여야가 논의해서 조속히 결정을 내리면 거기에 따르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며 촛불민심을 더욱 불타오르게 하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는 현재의 시간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고통의 현실이겠지만 국민은 더 큰 실망과 혼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구의 탓도 아닌 대통령의 업보 때문이다.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다.

박 대통령은 모든 미련을 버리고 국민의 대표로서 마지막 도리를 생각해야 한다.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한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홍재경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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