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인원이 모인 제6차 촛불집회가 서울을 비롯, 전국 67곳에서 동시에 열렸다. 광화문 170만, 전국적으로 232만명이 참여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4만, 춘천에서는 촛불 망언을 한 김진태 의원에 대한 분노가 더해져 춘천 시민의 10%가 참여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대통령의 3차 담화로 집회 주최 측조차 얼마나 모일 것인가 쉽게 예단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민심은 정치권의 우왕좌왕을 뛰어넘는 일사불란함을 보여주었다. 3차 담화 이후 비박계의 주춤거림과 야권의 우여곡절 끝에 탄핵정국이 대혼돈에 빠졌지만 민심은 이를 호되게 질책하고 있다. 결국 야3당은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9일 본회의에서 표결하기로 결정했다.

탄핵안을 가결시키기 위해서는 비박계의 28석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캐스팅보트를 손에 쥔 비박계의 결정이 매우 중요해졌다.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한다고 하면 굳이 탄핵을 해야 하느냐는 비박계의 망설임에 탄핵 이탈표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박계는 야당에게 여당과 임기단축 협상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야3당은 이를 거부했다. 현재 비박계는 대통령에게 7일 오후 6시까지 ‘4월말 이전 퇴임’을 천명하고 2선으로 물러날 것을 최후 통첩한 상태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 탄핵으로 돌아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박계가 잊고 있는 사실이 있다. 대통령의 3차 담화에도 국민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더 분노했다는 사실이다. 만약 3차 담화가 정당한 것이었다면 국민들이 또다시 촛불을 들었겠는가. 대통령의 담화가 정치권을 흔들고 시간을 벌기 위한 정치적 꼼수라는 것을 국민들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고개 숙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탓만 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 것이다.

정치권이 유·불리를 계산하고 소신 없이 움직이고 있지만 국민들은 단호하게 촛불로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이제 그 화살이 탄핵공조에 실패한 정치권으로도 퍼져가고 있다.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4천800만 국민들은 대통령의 하야를 원하지 않는다는 막말도 난무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국민들의 분노가 사그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오산이다. 대통령과 국회의 결단이 어떤 식으로든지 드러날 운명의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분명한 것은 대통령도 그 어떤 정치인도 이 엄중한 민심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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