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최우수선수(MVP)가 됐을 때보다 오늘이 더 기쁘네요. 너무나 간절했던 우승입니다.”

서정원 수원삼성 감독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2016 KEB 하나은행 FA컵대회서 6년만에 정상에 오른 후 수원이 2002년 FA컵대회서 처음 우승하며 MVP가 됐을때보다 더 기쁘다고 밝혔다.

서 감독은 현역 시절이던 2002년 FA컵에서 수원의 주장을 맡아 팀의 역대 첫 FA컵 우승을 경험했고, 당당히 MVP로 뽑혔다.

이후 14년이 지난 2016년 FA컵에서 서 감독은 팀의 통산 4번째 FA컵 우승을지도했다. 올해 20년째를 맞는 FA컵에서 MVP 출신이 우승 감독이 된 사례는 서 감독이 처음이다.

서 감독은 이와 관련, “그때도 상당히 기뻤다. 수원이 FA컵에서 한 번도 우승 못했었는데 내가 주장을 맡아 우승하니 기분이 좋았다”며 “하지만 이번 우승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기쁘다. 올해 우승이 더 간절했다. 지난 6년 동안 우승컵이 없어서 팬들이 우승에 굶주려 있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이번 우승이 더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FA컵 결승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남해에서 즐겁게 웃으면서 준비했다. 하지만 진지함을 잃지 않고 훈련을 한 게 효과가 좋았다”며 전지훈련의 성과가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서 감독은 올시즌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축구를 해오면서 올해만큼 힘들었을 때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음이 매우 아팠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규리그에서 경기 리듬이 꺾인 뒤 힘든 구렁텅이로 떨어졌고, 탈출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결국 선수들과 소통하며 ‘수원의 자존심을 지키자’고 강조했다. FA컵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이야기했는데 우승으로 보답을 받아서 기분이 좋다”고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번대회 우승으로 내년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따른 걱정도 있다.

서 감독은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려면 그게 걸맞은 선수층을 갖춰야 한다”며“그래야만 전북 현대처럼 우승도 할 수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구단의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창원기자/cwoh@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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