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가 지난달 30일, 하루 120만 배럴의 생산량 감축에 대한 합의에 성공했다. 석유수출국기구의 하루 생산량은 약 3천370만 배럴이며, 이는 세계 생산량의 약 1/3에 해당한다. 이번 합의로 하루 생산량은 약 3천250만 배럴로 감소하게 된다.

감산 합의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이란과 이라크의 설득이었다. 이라크는 전후 복구 및 IS와의 내전에 필요한 자금 때문에, 이란은 오랜 기간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의 제재로 인해 성장이 뒤쳐졌던 것을 회복하기 위해 더 많은 원유를 팔아야만 하는 국가들이다. 따라서 감산에 쉽게 합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우디의 꾸준한 설득으로 감산에 동의하게 되었다.

물론 국제 석유시장에는 또 다른 두 거물이 있다. 하나는 미국이고 또 하나는 러시아다. 미국은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 합의를 일종의 담합으로 본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합의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철학적으로 맞지 않다.

러시아는 석유수출국기구의 구성원이 아니면서도 원유 생산량이 하루 1천만 배럴 이상으로 사우디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대다. 하지만 국제유가의 하락이 러시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국제유가 하락을 통해 러시아를 옥죄고 있는 서방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의 푸틴은 감산에 동참하고 심지어 적극적이었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 결과 불과 며칠 사이에 국제유가는 약 15% 급등했다. 지난달 29일 서부 텍사스유 기준으로 배럴당 45달러이던 유가가 지난 2일 기준 51.68달러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과연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인가. 또, 앞으로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런 쟁점들이 논의되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국제유가의 향방을 예측한다는 것은 신의 영역에 속한다. 과거, 2011년에서 2014년까지 세계 유수의 국제기구와 연구기관 및 컨설팅 업체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최대 2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예측은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급락하면서 보기 좋게 틀렸다.

최근에는 향후 몇 년 동안 배럴당 50달러 정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하는 기관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미 국제유가는 50달러를 넘어 60달러로 달려가고 있다. 시장에 원유는 넘친다고 하지만 유가는 오른 것이다. 국제원유시장은 자원보유국과 주요 기업들이 주도하는 과점시장이기 때문이다. 소비국으로서는 원유를 대체할 자원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수입해야 하는 태생적 ‘을’의 지위를 벗어나기 어렵다. 즉, 국제원유시장은 자유시장의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와 자국의 이익 여부에 의해 결정되는 특수한 시장인 것이다.

앞으로도 유가가 오를 이유를 찾아보면, 미국의 정치적 상황부터 검토해야 한다.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는 화석연료주의자다. 미국의 경제를 위해 비싼 천연가스보다 석탄을 사용한 발전을 허용하겠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제석탄 가격이 상승한다. 우리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 반면 셰일 오일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국제유가에는 하락요인이 될 수 있다.

또 한 가지가 트럼프와 이란의 관계다. 만약 오바마가 추진하던 이란과의 화해무드가 깨지게 되면 이란의 원유수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고, 국제유가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당장 미국 상하원이 이란 제재를 10년간 연장하겠다는 안건을 상정한 상황이고 이란 의회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가 감산합의를 지키느냐가 국제유가 상승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감산합의 준수여부는 외부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국의 자율준수에 의존한다. 따라서 어느 한 국가가 이를 위반하게 되면 서로 비난만 난무하며, 더 혼란스럽게 될 수 있다. 이때는 사우디의 리더십이 거의 유일한 해결방법이다.

우리나라는 국제유가의 상승에 대해 우호적인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조선 등이 되살아나고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산업구조가 바뀌어야 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좋다고만 해야 할지 우려된다. 그리고 급격한 국제유가 상승에 대비한 해외자원개발 문제가 또 다시 사회적 쟁점이 될 것이다. 정치권은 지금 이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때다.

류권홍 원광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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