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의 규제가 심상찮다. 우리나라 기업을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지난해에 중국과 우리나라를 오가는 보따리상(따이공)들의 상품 불법 통관 규제를 강화한 것에 이어 올해 2월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불리한 형태로 전기버스 배터리 보조금 정책을 바꿨다.

또 올해 4월에 개인 수화물과 우편물에 부과되는 수입관세(행우세)를 폐지했다.

대신 2천 위안 이상의 상품에 대해서는 관세와 중치세를 감세했다.

직구채널에서도 화장품의 위생허가를 필수화했다. 이 조치를 새해 말까지 연장시켰다. 이런 규제들은 우리나라 직구시장과 뷰티산업시장을 뒤흔들었다.

우리나라가 올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사드(THAAD)’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이후 중국정부의 규제가 늘고 있다.

대부분 우리나라를 겨냥한 규제들이다.

중국정부는 올해 10월에는 저가 여행을 규제했다. 저가 관광과 관계가 있는 쇼핑일정은 1회로 제한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중국의 저가 관광객 규모는 20%가량 감소했다.

‘한한령’(限韓令)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중국의 모든 미디어 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 기업 제품이나 브랜드, 연예인이 사라지고 있다. 한류(韓流) 문화를 중국정부가 차단한 셈이다. 아직 중국정부의 지시인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정부의 규제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2개월간 중국에서 개최된 K-POP공연이 없었다. 게다가 오는 17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한류그룹 ‘엑소’의 중국 난징 콘서트가 잠정 연기됐다.

관객 1만명 이상이 모이는 대규모 공연은 계속 규제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국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중국 내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상하이에 들어서 있는 롯데차이나뿐만 아니라 롯데제과 베이징·청두·선양 공장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롯데마트 150개 점포에 대해서도 위생·소방점검이 진행되고 있다. 롯데그룹이 경북 성주군에 조성된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을 사드배치 부지로 내주고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군(軍) 소유의 부지를 받기로 국방부와 합의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로 보인다.

이는 중국의 규제가 문화에서 경제로 확대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롯데그룹은 중국 의존도가 크다. 롯데면세점의 중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은 70%에 달하고 롯데호텔 투숙객 3명 중 1명은 중국인이다.

롯데그룹은 오는 2018년에 중국에다 대형 놀이공원을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반롯데 정서’가 불거지면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롯데그룹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다른 기업들도 조바심을 내고 있다.

이런 중국의 규제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통상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동안 중국의 경제 보복 사례는 적잖다.

중국정부는 우리나라가 2000년에 중국산 마늘에 대한 관세율을 올리자 한국산 폴리에틸렌과 휴대폰 수입을 중단시켰다.

일본과 센카쿠열도를 놓고 영토분쟁을 벌이던 2010년에는 일본으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고 일본관광시장도 위축시켰다.

노르웨이가 2010년에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사오보’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선정했을 때는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금지했다.

독립성향의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취임한 후 올해 5월에 대만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대비 28%나 감소했다.

중국정부가 올해 7월 20일부터 대만관광을 금지시켰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이에 중국정부는 ‘중국인 개인들의 선택일 뿐, 정부가 지시한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중국에서 미국의 가수 레이디가가의 음원 판매가 금지되기도 했다. 레이디가가가 티벳을 지도자 달라이라마를 만났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정부는 예전에도 달라이라마를 만났거나 티벳의 독립에 찬성한 마룬파이브와 비요크, 오아시스, 셀레나 고메즈, 본 조비 등 가수들의 중국공연을 허가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미지근하다. 중국정부에 우리나라 기업의 우려를 전달하는 ‘입장표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예측가능성과 합리적 기대이익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새해에는 중국과 수교를 맺은 지 25년이 된다. 한·중 FTA의 서비스·투자 분야의 후속협상이 진행된다.

정부는 새해부터 한·중 기업간 합작투자 추진 등 협력을 심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한·중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돈독히 다진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예측가능성과 합리적 기대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

구자익 인천본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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