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법정에 서게돼 안타까워”

 

▲ 파주시가 이재홍 시장의 무죄 판결을 요구하는 청원서. 사진=조윤성기자/

파주시가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이 구형된 이재홍 시장의 무죄 판결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만들어 소속 공무원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 것으로 8일 확인됐다.

 

 문제의 청원서를 작성하고 서명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자치행정국 총무과 자치행정팀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현직 시장의 무죄 탄원 서명을 사실상 강요하는 등 '관제청원'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중부일보가 입수한 A4용지 2쪽 분량의 청원서에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창형 부장판사)에 이 시장의 공적을 밝히며 현명한 판결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청원인이 '파주시 공직자 일동'으로 표기된 청원서에는 "지난 3월 12일 시장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재홍 시장은 압수수색 이후 경찰의 수사에 경황이 없는 중에도 조사 성실하게 임하고…시장의 사건과 관련하여 동요하지 말고 변함없이 시민과 파주시 발전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 "이재홍 시장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법정에 서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폈다.

 이 시장의 국비 확보 노력, 시책평가, 부채 상환, 지역 시책 성과 등도 나열했다.

 청원서는 "이재홍 시장을 곁에서 보필하고 따르며 파주사랑 운동을 추진해 온 파주시 공직자들은 이재홍 시장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법정에 서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이재홍 시장은 절대로 어느 몰지각한 사업자가 건낸 금품에 욕심을 냈을 사람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자치행정팀은 이날 각 실과소 주무팀 공무원들을 불러 회의를 열고 청원서를 배포했고, 9일부터 새마을협의회 등 관변단체를 대상으로 서명을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파주시 한 공무원은 "총무과 자치행정팀에서 협조 문서를 받았는데 누가 시킨 것인지 다 알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대부분 서명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원서 작성과정에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 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파주시 자치행정팀 관계자는 "청원서는 자발적으로 만들었다"면서 "서명을 강조하지 않았고, 관변단체 서명은 시민단체 등에서 자발적으로 받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이 시장은 운수업체 대표 김모(53·여)씨로부터 미화 1만 달러 등 4천50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와 지역 내 한 아파트 분양대행사 대표 김모(49)씨로부터 선거사무소 임차료 900만 원을 차명계좌로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지난달 29일 각각의 혐의에 대해 징역 3년, 벌금 1억 원, 추징금 998만 원과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선고공판은 이달 30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조윤성기자/jy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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