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온정의 손길도 얼어붙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영란법 여파와 경기침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이 매서운 한파처럼 불어닥치면서 기부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김영란법 시행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면서 음식점은 물론 화훼 및 농축수산물 도소매업 등 소상공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김영란법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기부금과 후원금이 급감하는 등 온정의 손길이 잔뜩 움츠러 든 모습이다.

지난달 21일 ‘희망 2017 나눔 캠페인’ 출범식과 함께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을 갖고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성금 모금이 여의치 않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 인천공동모금회의 모금 목표액은 54억9천만 원이다.

현재 누적 기부금액은 11억7천여만 원에 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웃사랑 실천을 가늠할 수 있는 사랑의 온도탑은 21도에 머물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5곳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0% 이상의 달성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인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모금액이 3억 원가량 차이가 나며 사랑의 온도 역시 6.5도 정도 더 낮은 상황이다.

연간 모금 목표액(131억9천만 원) 역시 달성률 80% 수준으로 30억 원을 더 모금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모금 실적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모금회는 경기 악화로 인한 주요 고액 기부 기업 및 시민들의 기부가 줄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1~2년 전만 해도 인천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모금 목표액을 조기에 달성하면서 ‘짠물 도시’가 아닌 온정이 넘치는 도시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국내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온정의 손길마저 꽁꽁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동모금회의 모금 현황을 보면 인천의 개인과 법인 기부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가량 줄었다.

개인 기부자의 경우 평균 기부금이 19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 원가량 늘어난 반면, 법인의 평균 기부금은 187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71만 원)에 비해 84만 원가량 줄었다.

또 지난해 모금된 금액은 법인이 50.5%, 개인이 49.5%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법인이 47.7%, 개인이 52.3%로 개인 기부가 법인을 넘어섰다.

개인의 기부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법인의 기부는 줄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정농단으로 온 나라를 발칵 뒤집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기업은 모두 53곳에 달하고 있다.

800억 원이 넘는 돈을 낸 이들 기업들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기부에는 인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권력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랑의 온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해야 하지 않을까.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인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공동모금회는 올해 목표를 19명으로 정했지만 현재 27명이 가입하면서 연내 100호 회원 탄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한 개인 고액 기부자 클럽으로, 1억 원 이상 기부 또는 5년 내 1억 원 기부를 약정할 경우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현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아너 회원은 총 1천378명으로, 인천은 중앙, 서울, 부산, 경기에 이어 4번째로 많은 97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며 나문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들 뿐만 아니라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봉사자들이 매월 모금한 성금을 기부하는가 하면 인천 남동구의 한 환경미화원은 희귀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도 부인과 함께 지속적으로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또 색소폰을 들고 거리공연을 통해 모금한 성금을 기부한 색소폰봉사단, 최근 남동구와 동구, 부평구를 찾아 각각 5천만 원을 기부한 익명의 기부자, 자녀들이 준 용돈과 기초연금 등을 절약해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장애인 노부부.

이들 같은 기부천사들이 각박한 현실에서 우리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사랑의 온도가 조속히 100도를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원용 인천 사회부장/wyki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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