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의 중심 테마는 첫째 사랑이며, 둘째 존재탐구라 할 것이다. 사랑은 전 세계 모든 시인들이 주제로 삼았으며 아마도 그들이 시를 쓰기 시작한 것도 사랑이 동기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사랑은 연인일 수도 있고 강, 바람 같은 자연을 포함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내 사랑에는 가족, 친구, 고향, 강물, 바람, 넘어가는 저녁노을,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사색하게 하는 단풍, 내가 아끼는 시집 등을 다 일컫는 것이다.

둘째 테마로 삼은 것이 존재탐구다. 내가 누군지 알아내려 하는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은 인간과 지내는 시간보다 소와 같이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나는 조숙한 편이었나 보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넓은 강변 풀밭에서 소와 단둘이 고독한 시간을 보내면서 인간 유한성에 대한 자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바위처럼 다가선 죽는다는 명제 앞에 내 존재의 불안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 때부터 나의 실존에 대하여 고민하였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시간은 왜 가는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고민해 왔으며 인간 생명 근원에 대하여 생각하고 글을 썼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밖에는 겨울비가 내린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환원성 대기로 이루어진 원시 지구에서 방전 에너지에 의해 생긴 유기물이 원시 바다에 축적되었으며, 이로부터 자기 복제가 가능한 원시 생명체로 진화하였다는 오파린의 가설을 생각한다. 원시 지구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 오파린의 생명기원설은 화학적 진화를 통해 생명의 탄생을 설명함으로써 다윈의 진화론을 생명 탄생의 순간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것으로 완벽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신앙도 가지려 애를 써보기도 했다. 청마 유치환의 시집 서문에 “신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러나 나는 신을 믿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불행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신앙을 가질 수 있다면 종교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얼마나 간단한가! 하나님이 세상을 모두 창조하셨으니 모두 하나님의 섭리에 맡기고 따르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남들은 잘도 믿더만 나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예수를 믿으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착한 사람 되라고 하는 것이니 나쁠 것은 없다며 그냥 거짓으로 믿는 척하며 따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스티븐호킹의 ‘크리스트교는 동화다’ 라는 말도 역시 완전하지 못하다. 동화라고 생각하기에는 우주가 너무나 신비롭다.

호주 국립대학의 사어먼 드라이버 박사는 우주의 모든 별이 몇 개인가 세어보았는데 7×개라고 발표하였다. 양으로 표시하면 사람이 양손으로 모래를 모으면 약 800만개가 된다고 하는데 우주의 별은 지구 표면에 있는 모든 해변과 해저, 사막에 있는 모래알갱이 수의 7배라고 한다. 그리고 인간의 정신 세계가 정말 복잡하고 신비롭다.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천주교 신부에게 7개의 질문을 보냈다한다. 1.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신은 왜 자신의 존재를 들어내 보이지 않는가? 2. 신은 우주만물의 창조주라는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나? 등의 질문이었다. 답변을 위한 만남은 이병철 회장의 폐암 악화로 연기되었다가 바로 세상을 떠나자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치환 시인도 이병철 회장도 어렵고 궁금했나 보다. 자연발생설도 믿기 어렵고 창조설도 믿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자신의 실존적 실체를 탐구하기 위해 글을 쓴다. 나는 정말 누구인가!

맹기호 시인, 매탄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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