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대통령" 약속했던 광화문 광장서는 매주 퇴진 촉구 집회
靑 참모들도 침통…"숨죽이며 상황 지켜볼수밖에"

▲ 박근혜. 연합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청와대 관저에 칩거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쓸쓸한 대선승리 4주년을 맞는다.

지난 2012년 12월19일 밤 당선이 확정된 직후 "국민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는 첫 각오를 밝혔던 장소인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8주째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올곧은 이미지와 보수에 뿌리를 둔 정치적 자산을 토대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됐지만,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켰기 때문에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추었다"던 최순실 씨 때문에 18년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에 빠진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 남은 기회는 탄핵 심판과 특별검사 수사에서 결백을 입증하는 것인데 최순실 게이트 파문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둘 다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검찰은 특검에 수사기록을 넘기기 전에 이미 박 대통령을 공범·피의자로 적시했다. 여기에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세월호 7시간'을 놓고도 끊임없이 의혹이 계속되면서 악화된 여론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박 대통령의 소회는 지난 9일 오후 직무 정지 직전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당시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면서 솔직한 심정을 토로한 바 있다.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11월4일 2차 담화)고도 말했던 박 대통령은 현재 상황에 대해 억울하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전날인 지난 8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등과 만난 자리에서도 20분 이상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이후에는 법리 대결 준비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검찰의 혐의 및 국회 탄핵 사유에 대해 어느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특검 변호인단 및 탄핵 법률 대리인단과 수시로 협의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께서는 차분하게 법리를 검토하면서 현재 상황에 담담하게 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둘러싼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물론 비공식적으로도 '대선 4주년'이란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침통한 분위기다.

한 청와대 참모는 18일 "숨죽이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 말고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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