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사립유치원들의 회계부정 실태가 드러났다. 원비를 사적용도로 이용하거나 개인의 자산 증식에 사용하는 등 적나라한 비리가 공개돼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은 20일 오전 경기교육청 브리핑룸에서 도내 사립유치원 60곳을 대상으로 지난 1년여간 벌인 운영실태와 회계감사 중간결과를 통해 사립유치원들의 회계부정 실태를 공개했다. 감사대상 사립유치원은 원아 100인 이상이고, 한 명의 설립자가 유치원 2개 이상을 운영하는 곳이다.

시민감사관은 ▶사적재산증식 ▶사적사용 ▶가장 거래 ▶가족중심 운영 ▶교육과정 편법운영 등 사립유치원의 감사 지적사항을 5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대표 적발 유형으로는 원비를 명확한 지출근거 없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점이다.

감사 중간결과에 따르면 A유치원 운영자는 2014∼2015학년도 유치원회계를 집행하면서 78건 285만여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 또 자녀의 업무추진 명목으로 애견물품이나 의류구매 등에 사용하도록 용인했다.

B유치원 운영자는 지난해 3월께 마트에서 162만원 상당의 김치냉장고를 구매, 감사 당일까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C유치원은 2014∼2015학년도 신용카드 사용 후 매출전표를 다수 누락했다. 이와함께 신용카드로 약 11억9천만원을 골프장이나 개인 의류 매장 등 사적 사용이 의심되는 곳에서 여러차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D유치원은 인근의 또 다른 유치원 원장을 특별강사로 등록하고 2년에 걸쳐 세무신고 없이 매월 180만원을 지급하는 등 원비를 개인의 재산을 늘리는 데 활용한 정황도 다수 확인됐다.

이밖에 누리과정 교육활동 시간에 놀이체육, 재즈발레, 요리, 청각 놀이 등 운영계획과 상이한 특성화교육을 실시해 학부모들에게 별도의 강사비와 재료비를 부담한 유치원들도 적발됐다.

이번 감사대상 유치원 중 지적사항이 없었던 곳은 한 곳도 없었다고 시민감사관측은 설명했다. 또 한 유치원 원장 아들은 서울 홍대에서 성인용품을 구매한 뒤 유치원회계로 처리하기도 했다는 설명을 하기도 했다.

송병춘 시민감사관 대표는 “운영자들의 비리가 드러난 반면, 원아들의 급식재료비는 한끼에 1천원도 되지 않는 곳도 있을 정도로 급식 질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립유치원의 원장, 설립자가 회계를 사적으로 유용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감사를 마친 사립유치원 7곳을 사립학교법 등으로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한데 이어 감사결과를 분석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은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시행으로 사립유치원에도 교육청 예산이 지원됨에 따라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첫 회계감사를 벌였다.

이주철기자/jc38@joongboo.com
▲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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