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 선정 등 안건을 다룬 '경기복지재단 제50차 이사회'가 19일 경기복지재단에서 강득구 도 연정부지사와 재단 이사 및 감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이사회에서 고인정 전 도의원이 양복완 도 행정2부지사와의 표결 끝에 재단 신임 대표이사로 선정됐다. 사진=경기도청
경기복지재단이 신임 대표이사 후보자를 ‘단수 선출’하는 과정에서 이사회의 권한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복수의 후보자를 표결에 부치는 등 절차상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대표이사 후보자 선출 권한이 있는지 여부조차 불명확한 이사들에게 후보자의 자질 등을 따져볼 수 있는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고 무기명 비밀투표를 강행한데다, 표결 결과도 공포하지 않고 대표이사 후보자 추천 안건부터 의결하는 등 기본적인 절차까지 생략한 채 ‘밀실결정’을 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중부일보 취재결과, 고인정 전 경기도의원을 신임 대표이사 후보자로 선출한 경기복지재단 이사회의 전날 결정은 내부 규정과 기본적인 의결 절차 등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 이사회는 대표이사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 2명을 놓고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한 결과, 고 전 의원이 6표를 얻어 5표에 머문 양복완 경기도 행정2부지사를 1표차로 제쳤다며 고 전 의원을 후보자로 내정해 경기도지사에게 임명해달라고 추천했다.

재단 정관 7조(임원의 선임방법) 3항은 ‘대표이사는 대표이사 추천위원회에서 추천을 받아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도지사가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관상 재단 이사회는 대표이사 후보자를 선출할 권한이 불명확한데도 단수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표결을 강행한 것 자체가 내부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정관을 살펴보면 대표이사 인사권(임명권자)은 경기도지사가 갖고 있는데도, 이사들이 대표이사 후보자를 단수 선출한 것 자체가 권한을 넘어선 행위로 보인다”면서 “이사회에서 의결하라는 표현은 도지사가 낙점한 후보자를 의결(가결 또는 부결)하라는 것이지 단수 후보를 선출하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사회의 의결권한을 최대한 확대 해석해 적용하더라도 대표이사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복수의 후보자에 대해 가부(可否) 의사 정도만 결정해서 도지사에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정도”라면서 “이사회 결정이 법률적으로 유효하려면 도지사의 대표이사 임명권한을 이사회에 위임한다는 별도의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없는 점에 비춰볼때 경기복지재단 이사회가 정관을 잘못 해석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단 이사회가 권한을 벗어난 ‘셀프추천권’을 행사한 셈인데, 도지사가 이번 결정을 번복하려면 자신이 갖고 있는 임용권을 ‘거부권’으로 행사해야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게 됐다.

단수 후보자 결정 과정도 하자투성이였다.

우선 회의에 참석한 이사들에게 후보자 2명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고 표결을 강행한 탓에 부실 의결 논란을 자초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재단이 이사들에게 제공한 것은 후보자 2명의 이력서와 추천 순위가 양복완 1순위, 고인정 2순위라는 정보가 전부였다”면서 “일부 이사들이 후보자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표결을 할 수 없다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표이사 추천위원회의 평가(서류+면접심사 점수) 결과는 양 부지사 90점, 고 전 의원 81점으로 무려 9점 차이가 났는데도, 이사들에게는 이런 정보조차 제공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표결이 예상됐다면 최소한 후보자 2명을 불러서 지원동기를 들어보고 질문을 던져본 후에 결정했어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생략됐다”고 말했다.

같은 날 대표이사 후보자를 결정해 경기도지사에게 추천한 경기도중소기업지원센터의 경우 후보자 2명을 이사회에 참석시켜 이사들에게 자질을 따져볼 기회를 제공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경기복지재단 이사회의 단수 후보자 선출 과정은 ‘밀실’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단 이사장은 무기명 비밀투표 결과를 공포하지 않고 안건 표결 성립만 의결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사회의 의결 자체가 무효라는 논란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들 관계자는 “이사장이 표결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채 ‘땅땅땅’ 방망이부터 두드린 뒤에 고인정 6표, 양복원 5표라고 득표수를 공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표결 결과를 설명하고 의견도 묻는 절차를 생각한 채 표결이 성립된 사실만 의결한 것이기 때문에 의결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사회 속기록(회의록)에는 안건 의결 이후에 일부 이사들이 자신의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발언까지 하는 등 당시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적나라하게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관리감독 기관인 경기도 차원에서 정관과 이사회 회의록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에 이사회 결정을 인정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 결과를 경기도에 전달하고 신임 대표이사 임명여부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사회 의결과정은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만구·황영민기자/prime@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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