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국이 난리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지난 10월 중순쯤만해도 인터넷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의 1위는 단연 최순실과 연관된 단어였다.

하지만 12월을 들어서면서 조류인플루엔자(AI)로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피해 농가가 전국적으로 400곳을 넘어섰고 살처분 가금류도 2천2백만 수를 기록하며 연일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24일 기준으로 경기도내 78개 농가에서 AI감염이 확진돼 닭과 오리 1천200여만 마리가 이미 살처분됐거나 살처분될 예정이다.

이는 AI 발생 전 도내 사육 가금류 5천400여만 마리의 22.2%에 해당된다고 한다. 5마리 중 1마리가 살처분된 셈이다. 현재도 16개 사육농가에서 감염 여부 검사가 진행 중이어서 도내 살처분 가금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A.I위기 경보중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됐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역시나 부실한 초기대응이였다.

AI 바이러스가 야생조류의 분변으로부터 최초로 검출된 시기가 지난 10월 28일 충남 천안시의 봉강천에서 였다.

하지만 정부는 20일 후 인 17일 전남 해남 양계장과 충북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로 확진될 때까지 시(市)단위의 방역대를 설정하고 ‘철새주의’라는 문자만 보내는데 그쳤다.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조짐이 보인 상황에서 조기에 확진을 못해 골든타임을 놓친것이다.

앞서 발생한 메르스 사태와 세월호 참사 때도 초기대응에 실패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정부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이쯤되면 더이상 고칠 외양간도 없는 셈이다.

얼마 전 본보에서 단독보도한 ‘안성, AI 이동중지명령 위반 첫 적발’이라는 기사를 보면 방역대처도 미흡했다.

안성지역의 한 가금류 사육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해 내려진 이동중지(stand still)명령을 무시하고 한 가금류 사육농장에서 발생한 배설물을 유통시킨 농장주가 방역당국에 적발된 것이다.

배설물을 옮긴 시점이 인근 대덕면의 한 양계농가에서 AI의심 신고 접수가 접수돼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됐고, AI 위기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되는 등 방역체계가 최고조로 유지되던 때였다.

현행 법상 가금류 및 축산 배설물은 가축전염병 확산의 주 원인으로 지목돼 허가 받은 처리장 및 비료공장 외에는 관외 반출과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적발된 농장 관계자는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어쩔수 없었다는 답변을 내놔 공분을 사고 있다.

이처럼 축산 농가들이 가축 배설물을 불법 반출하고 있는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도 이번과 같은 사태를 만드는데 한 몫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요즘 저자가 다시 보는 소설책이 있다. ‘손자병법’이라는 소설인데 이 책을 읽다보면 역설적으로 손자병법을 지은 손무는 전쟁을 지독히 싫어했다고 한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의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구절도 속내막을 들여다 보면 손자병법에서는 하책으로 평한다.

손자가 생각하는 최상의 승리는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다. 다만 전쟁이 나면 전략적으로 최대한 유리하게 만들어 승리를 확정시키는 것인데, 지금 현상황을 대입하면 어느정도 답은 나와 있다.

A.I사태를 막을 수 없으면 최소한의 피해로 막아야 한다. 우리와 유사한 상황에 놓인 일본의 경우 큰 문제없이 침착하게 대응해 큰 피해없이 넘긴 것을 보면 우리나라 방역 시스템에 어떤 결함이 있는지 여부를 철저히 분석하면 된다.

또, AI 백신 개발과 보급, 각종 바이러스에 내성이 강한 가금류의 육성 등 보다 과학적인 접근과 국제적 공조는 물론, 밀집돼 있는 사육 환경도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단, 여기서 전제조건이 있다. 마이동풍(馬耳東風), 우이독경(牛耳讀經)이 돼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마이동풍 : 따뜻한 봄바람이 불면 사람들은 기뻐하는데 말의 귀는 봄바람이 불어도 전혀 느끼는 낌새가 없다는 뜻으로 남의 의견이나 충고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아니하고 흘려버리는 태도

우이독경 :‘쇠귀에 경 읽기’란 뜻으로, 우둔(愚鈍)한 사람은 아무리 가르치고 일러주어도 알아듣지 못함>

신정훈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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