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AI 비상상황 나몰라라…무너진 공직기강 도마위

조류독감(AI)비상상황에 국장급 공무원은 연가보상비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연가를 가고, 승진인사에서 누락된 과장급 공무원은 휴가를 갔다.

요즘 경기도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올 하반기 대선출마 등과 관련한 정치적인 일정이 늘면서 임기 1년 6개월을 남겨놓고 순식간에 ‘공직기강 해이’, ‘레임덕’ 국면으로 들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7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청 국·과장급 공무원 등이 연가를 사용하지 못한 일수가 13일이 넘으면 연가 보상비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연말을 기해 ‘폭풍 연가’를 갔다. 27일 하루만 국장급 공무원 3명이 연가를 신청했고, 전날에도 2명이 연가를 갔다. 28일에도 수 명의 국장급 공무원이 연가를 간다.

한 최고위급 공무원은 “보고를 받기위해 국장과 과장을 찾았는데 모두 연가를 가 황당했다”면서 “국과장이 연가를 가면 팀장급 공무원들 직원들 모두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고위공무원은 “1년 동안 열심히 일한 공무원에 대해 연가를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문제지만 연가보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가를 무조건 신청하고 있는 일부 몰지각한 공무원이 공직기강을 흐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지난 23일(금) 발표한 경기도청 고위공무원 승진인사에서 누락됐다는 이유로 월요일부터 한 주간 휴가를 가기도 했다.

최근 도청 공무원들의 점식식사 시간이 기존 오전 11시 30분에서 11시 15분으로 단축된 것도 공직기강해이의 단적인 예다. 공식 점식 식사 시간은 오후 12시 부터지만 조기출근 등의 사유로 통상 도 공직자들의 점심식사시간은 11시30분부터 1시까지로 정해져있다.

한 도 공무원은 “일부 격무부서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공무원이 11시 10분이면 점심식사를 하러 갈 준비를 한다”면서 “큰 문제”라고 했다.

도청 공직기강의 조기 붕괴 이유는 남 지사의 정치외유 및 청내 인사(人事)와 조사((調査)체계가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이번 인사에서 해외연수 등 5년 가까이 외국에서 보낸 고시출신이 복귀후 2년만에 서기관 승진연한이 빠르다는 이유로 33년 공직생활을 한 비고시출신 서기관을 누르고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했고, 지난 인사에서도 승진에서 누락됐다는 이유로 장기 휴가를 신청한 공무원이 승진대상자에 포함돼 논란을 빚었다.

한 비고시 출신 공무원은 “비고시 출신 하위직 공무원의 경우 한번의 실수로 20년간 승진하지 못했는데, 고시출신 들은 연한이 됐다는 이유로 자동으로 승진하고 있어 허탈하다”면서 “누가 일할 맛이 나겠느냐”고 말했다.

경기도 조사가 수 년째 사실상 가동정지 상태인 것도 문제다.

지난해 경기도청 3천650명 공무원 중 지난해 부패와 관련돼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전혀 없고, 올 상반기까지도 4급 1명, 5급 2명만 징계를 받았다. 조사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것은 조사부서만의 독특한 인사시스템 때문이기도 하다. 조사부서는 선임이 승진하면 바로 직전 후임이 자리를 옮기는 시스템이다. 성과가 날 수 없는 구조다.

경기도 청념도를 높이기 위해 ‘봐주기 조사‘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것도 문제다. 부패 공무원이 많이 적발되면 국민권익위의 청렴도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공무원은 성추행이 접수됐는데도 상호합의했다는 이유로 징계에서 제외됐다. 그럼에도 2014년 전국 1위였던 도 청렴도는 지난해 5위로 떨어지더니 올해에도 2등급에 머물렸다.

한 경기도 관계자는 “남 지사 임기가 다가오고, 정치외유가 늘수록 도청의 공직기강은 점점 해이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만구기자

▲ 사진=연합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