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이후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위기와 발전을 거쳐 어느 정도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제도가 만들어지고 정착되었다고 해서 실제적인 운영도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자치라 함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스스로 다스린다는 의미다. 즉 지방자치는 지방정부(local government)가 스스로 자기를 다스린다는 뜻이다. 중앙정부로부터 일일이 지시받거나 간섭받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 스스로 정책을 제안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지방자치다.

그러나 1991년 지방의원 선거를 실시하며,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나타난 것이 어느덧 26년째를 맞은 지금까지도 무늬만 자치, 허울뿐인 자치 등 비판의 소리가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자치재정력 강화다. 세금 중 대부분을 중앙재정에 귀속되는 국세로 지정해 결국 지방이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태가 과연 진정한 지방자치인 것인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세출비중은 4:6이지만 수입원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은 8:2다. 특별시나 수준급의 대도시가 아니면 재정자립도가 50%도 넘지 못하고 10%대에 머물러있는 지방정부도 상당수다. 중앙정부의 교부세와 보조금에 의존해 지방정부를 운영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세와 지방세의 배분구조를 적어도 6:4까지는 개선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두 번째 과제는 국가와 지방정부간 권한배분의 유연성이다. 양적으로 선진국의 자치권은 대개 40~50%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 수준에 그친다. 즉, 중앙정부에 종속된 자치권으로 인하여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을 지방으로 적극적으로 이관해야 한다. 국방이나 외교, 환율 등 거시적인 정책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관할하고 민생치안과 생활행정 등 지역밀착성이 높은 사무는 지방정부가 맡아 하는 것이 적합하다. 이러한 논의에서 자주 거론되어 온 실례가 자치경찰제의 도입이다.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세 번째 과제는 지방의회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국가가 권한 및 사무를 지방에 이양해서 자치권이 확대되면 여기에 대한 주민의 견제와 감시 활동도 비례해서 강화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방의회의 권능을 강화해야 한다. 헌법 및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법령에 근거가 없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치입법권이 제한받고 있다. 이를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로 지금보다 자율적으로 조례를 제정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자치의 핵심인 인사 문제와 관련하여, 의회사무처 직원의 인사권을 지방의회에 넘겨야 한다.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마지막 과제는 적극적인 주민 참여다. 주민이 지방행정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지방정부의 중심철학이 되는 이른바 주민참여의 시대가 돼야 한다. 주민들은 지역특성에 맞는 정책이 넘치고 지역주민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지방자치를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자치권의 확대와 책임자치, 그 다음 협력과 상생의 자치, 공감과 행복의 자치 등이 본인이 기대하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미래상이다. 중앙정부가 아무리 국정운영을 잘 해 나간다 해도 지방정부가 허약하다면 아름드리 몸통만 있고 가지와 잎사귀는 없는 나무에 불과하다. 26살 성년의 지방자치제도가 나잇값을 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원욱희 경기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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