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와이번스 감독 트레이 힐먼이 화제다.

힐먼 감독은 SK 역사상 첫 외국인 감독으로 SK의 체질 개선에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그는 미국, 일본에서 겪은 지도자 경험을 SK에 전수할 예정이다.

힐먼 감독 지도자 경험 중 가장 주목할 부분은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감독을 맡던 2003~2007년이다. 그는 당시 마케팅, 구단 운영, 선수 육성에 노하우를 전달하며 2006년 정규리그, 일본시리즈, 아시아시리즈를 동시에 정복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힐먼 감독 혼자 해낸 것이 아닌, 파이터스의 합심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파이터스가 주목한 힐먼 감독의 경력은 육성경력이었다. 파이터스 취임이전 뉴욕 양키스 산하에서 11년간 감독 경험이 있었고, 텍사스 레인저스 육성이사 및 코디네이터로 재직한 것이 메리트로 작용했다.

파이터스는 현재까지도 당시 구축해놓은 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쉽게 말해 ‘어떤 선수를 뽑아야 하는가’, ‘뽑은 선수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지금 뛰는 선수는 언제까지 활약을 이어 갈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들이며, 파이터스 대외비로 외부에 공개된 적은 없다.

현재도 파이터스는 현지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선수층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대표적인 선수로 올해 165km을 던진 오타니 쇼헤이도 체계의 산물이다. SK역시 힐먼 감독이 파이터스에 남긴 유산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힌 바가 있다.

파이터스 감독 시절 힐먼 감독은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도우미임을 자처했다. 또 선수 개개인의 성격을 파악해서 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 힐먼 감독과 함께한 선수들의 개개인의 능력을 끌어올리게 하기 위해 개인취향을 존중해줬다고 했다. 잡음도 존재했는데, 팀 분위기를 흩트리는 선수에게는 가차 없이 철퇴를 가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어땠을까. 파이터스의 마케팅 담당자 사토 히로시씨는 “힐먼씨가 제 격이었다. 그가 오고 나서 선수들과 팬들의 스킨쉽이 증가했다”며 힐먼 감독이 온 후 달라진 점을 언급했다. 그리고 “선수들이 일방적으로 보여주고, 팬들이 지불하는 방식이 아닌 함께하는 방식이 자리 잡혔다”고 했다.

또 사토씨는 “당시 힐먼 감독이 자청해서 마케팅팀과 대화를 했다. 우리가 다 소화를 못할 정도로 방대했다”고 힐먼 감독이 파이터스에 남긴 것을 말했다. 파이터스는 2013년부터 홋카이도 내 179개의 크고 작은 지역과 선수들 간 자매 결연을 맺고 있다. 이외 홋카이도 관련 마케팅 정책은 힐먼 감독이 재임시절 직접 제안한 것이라고 한다. 사토씨는 “힐먼씨는 연고이전 초장기에 할 것이 있고, 10년이 지났을 때, 20년이 지났을 때 할 일을 넌지시 제안해줬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파이터스 구단은 힐먼 감독이 임기를 최대한 보장해줬다. 취임은 2003년이지만 성과를 달성한 것은 2006년이다. 파이터스는 그해 25년만의 퍼시픽리그 우승, 44년만의 일본시리즈 우승, 첫 아시아시리즈 정복을 이뤘다.

2007년 퇴임 이후 힐먼 감독은 파이터스와 지속적 관계를 유지했다. 구단 주관 행사에 종종 참여하고 있으며, 초대받아 시구를 하기도 했다.

SK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힐먼 감독의 파이터스 재임시절을 뒤돌아보면, 힐먼 감독으로 인해 팀이 강해진 것은 아니다. 파이터스는 힐먼 감독의 말에 귀기울였고, 협력했고, 배우려고 했다. 속된 말로 파이터스는 잘 배워먹었다. SK는 힐먼 감독이 파이터스에서 남긴 것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파이터스가 이 감독을 어떻게 대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K는 지난 수년간 SK만의 선수 평가 시스템인 SQ야구 적용과 2군 전폭적 지원으로 좋은 선수들을 배출했다. 힐먼 감독 취임은 성적을 노리는 동시에 다져진 토양을 더욱 단단히 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국시리즈 단골손님이던 SK는 최근 3년간 진출조차 못했다. SK팬 유정우씨는 “사실 SK답지 않은 야구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힐먼 감독으로 인해 마케팅, 경기력 모두 상승한다면 내년 야구장은 매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송길호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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