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팀, 동물실험서 도파민 신호 이상과 관련 확인

'새해엔 운동을 열심히 해야지'라고 마음먹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통상적으로 살이 찐 사람들은 몸을 덜 움직이고 열심히 운동하자는 결심도 상대적으로 더 지키기 어려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살이 찌면 정상보다 늘어난 체중만큼 더 몸에 부담이 가서 움직이기 싫어하고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것이 일반적 생각이다. 또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뇌 호르몬 변화에 더 큰 책임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의지박약 등으로 낙인 찍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일 의학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당뇨·소화기 및 신장질환연구소(NIDDKD) 알렉세이 크래비츠 박사 팀은 운동 등 신체활동을 꺼리는 것이 뇌 도파민 신호 이상과 관련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에도 도파민 신호 결함이 비만과 관계있다는 연구결과들은 있었다. 다만 쾌락과 보상에 관여하는 뇌 호르몬인 도파민 신호 결함이 음식 섭취(량)에 영향을 주며, 이에 따라 결국 살이 찐다는 간접적 관계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크래비츠 박사 팀은 도파민 신호에 결함이 있으면 움직이기 싫어하게 되며 이로 인해 운동이 부족해 비만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용 큰쥐(rodent)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엔 정상 식사를, 다른 쪽엔 고지방식을 18주간 줬다.

2주째부터 고지방식을 먹는 쥐들은 일반식 쥐보다 눈에 띄게 살이 찌기 시작했다. 4주째부터는 움직임이 적은 비만 쥐들의 움직임이 날씬한 쥐들에 비해 더 적어졌고 동작도 더 느려졌다.

이런 동작의 변화가 체증 증가와 관련 있는지를 점검한 결과 그렇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고지방식을 한 쥐들의 경우 실제 체중이 늘어나기 전부터 이미 움직임이 줄었다. 이는 체중 증가가 움직임 감소의 직접 원인이 아님을 시사한다.

연구팀이 각종 생체지표를 측정한 결과 운동을 잘 하지 않는 비만 쥐의 경우 대뇌 선조체(線條體)에서 D2형 수용체(D2R)가 줄어든 것이 발견됐다. 파킨스씨병 환자에게서도 이 수용체가 줄고 운동능력이 떨어진다.

이번엔 날씬한 쥐의 선조체에서 D2R을 제거한 뒤 고지방식을 줘 봤다. 그러자 이 쥐들의 신체 움직임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체중은 더 늘지 않았다.

이는 선조체 D2R 부족이 비만 쥐의 신체활동 감소의 원인임을 시사한다. 아울러 이런 신체활동 감소는 비만의 원인이라기보다는 비만의 결과일 가능성이 더 큼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크래비츠 박사는 "비만에 미치는 다른 요인들도 있겠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비만 등 어떤 이유로든 D2R 부족으로 인한 도파민 신호 문제가 신체를 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주 요인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의지력이 행동을 좌우한다는 말이 많지만, 행동의 저변에 깔린 생리학적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를 풀기 어렵다"면서 "이 연구결과는 운동을 잘 하지 않는 비만한 사람들을 의지력 부족으로 낙인찍는 일을 줄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는 학술지 '세포 대사'(Cell Metabolism)에 실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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