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 아메리카노 진해 진해 진해/ 어떻게 하노 시럽 시럽 시럽/ 채워주세요 채워주세요”

노랫말 가사에 등장할 정도로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잡은 커피. 그런데 커피는 ‘한국산’이 있을까?



커피는 기후나 토양에 아주 민감해 재배하기 까다롭다. 커피 재배가 가능한 곳은 열대성 기후로 강우량이 많은 따뜻하고 습한 곳에서 잘 자란다. 커피의 재배는 햇볕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는 고원(해발 1천500~2천m)의 경사지가 좋다. 현재 커피가 생산되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지역을 보면 그 곳의 기후는 열대 또는 아열대성의 기후를 보이며 위도 상북위 25도~남위 25도 사이의 지역에 해당된다. 이처럼 커피 생산이 가능한 지역은 일정한 띠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것을 ‘커피 벨트’ 또는 ‘커피 존(Coffee Zone)’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인 브라질,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 10개국이 바로 이 지역에 속한다.

북위 33도가 넘는 우리나라는 우기와 건기가 뚜렷해 커피를 재배하기에는 적당한 기후가 아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재배하기 위해선 재배 시설물을 설치하고 환경을 만들어 줘야 재배가 가능하다.

하지만 재배시설은 만만치 않은 초기시설비용과 설치 후 유지관리비용 역시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직까지 커피농사는 우리나라에서 개척이 안 된 미지의 세계나 마찬가지다.

현재 전국의 있는 커피농장 대부분은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역시도 관상용이 목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커피농장을 만들어 상업적으로, 유통을 목적으로 운영한다는것은 여러모로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산 커피’의 맛은 보기 힘든 것일까? 결론은 그리 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커피는 당연히 수입이라는 인식을 깨고 우여곡절 끝에 국내 단일 최대 규모로 커피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팔당커피농장’이 그곳이다.


커피를 좋아한다면, 한국산 커피의 맛을 알고 싶다면, 팔당커피농장에 가볼 것을 추천한다.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삼성리에 소재한 팔당커피농장은 팔당호 가장자리의 상수도 보호구역 및 청정지역 내 위치해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팔당커피농장은 부지면적 약 1만3천200여㎡(4천평)에 커피 재배면적만 3천300여㎡(1천평)의 규모로 조성된 국내 최대 체험형 커피 농장이면서 ‘한국산 커피’ 유통을 최종 목표로 만들어졌다.

무언가 거대한 스토리가 있을법한 이 농장의 설립 배경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3년째 팔당커피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장헌 대표는 30년을 넘게 농산물 재배·유통업에 종사하다가 어느날 문득 ‘왠만한 농산물은 거의 다 국내산이 있는데, 밥보다 더 많이 먹는 커피는 왜 국내산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커피농장을 하기 전 수십년동안 농산물 재배와 유통에만 전념했어요. 농산물은 ‘국내산’이란 타이틀이 굉장히 중요한데, 하루는 커피를 마시다 왜 커피는 국내산이 없는지 의구심이 들었죠. 아마 그날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국내산 커피’에 대한 의구심이 현재 팔당커피농장을 만든 것 같아요”라며 회상했다.

그렇게 박 대표는 평생을 바쳐온 농산물 유통업을 그만두고 내 손으로 ‘한국산 커피’를 만들어 상업화를 시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제주도와 강원도, 전라도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커피농장이 있다는 곳은 대부분 찾아다녔다고 한다. 국내에서 커피 재배는 생소한 일이라 따로 교육 받을 곳이 없다. 그래서 그는 커피 재배에 대한 대부분의 데이터를 책을 통해 얻고 또 직접 발로 뛰며 경험하고 실험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2년이란 시간을 오로지 커피에만 빠져 독학으로 ‘커피 공부’를 한 그는 2013년 본격적으로 경기도 광주에 터를 잡고 커피농장을 키워나가기 시작한다.

박 대표는 “사계절로 나뉜 우리나라 기후조건은 커피재배에 단점이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아요. 그래서 커피가 잘 자랄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서 키울수 밖에 없죠. 현재 팔당커피농장에 설치돼 있는 시설들이 바로 그런 시설들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팔당커피농장에 들어서면 농장을 둘러싼 전기울타리와 주차를 위한 넓은 공터, 온실재배를 위한 비닐하우스, 투박해 보이지만 해가 잘 드는 컨테이너 카페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중 은빛의 커다란 비닐하우스 입구로 들어서면 커다란 스피커에서 커피나무를 위해 틀어논 듯한 노랫소리가 귀를 먼저 자극한다. 트로트다. 그것도 메들리. 또 한겨울이지만 비닐하우스 안은 쉼 없이 돌아가는 팬(Fan)소리와 함께 후끈후끈한 열기가 온 몸을 감싸며 피부를 자극한다. 실내온도는 21°, 이에 꽁꽁 껴입은 외투를 벗게 되는데 고가의 친환경 지열 냉·난방 자동시스템이 커피나무가 좋아하는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더운 거란다. 또 눈 앞에 펼쳐진 수 많은 커피나무는 두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저게 다 커피나무인가’하는 규모에 첫번째 놀라고, 분명히 뿌리가 땅에 박힌 커피나무가 우리나라에서도 자란다는 사실에 두번째 놀란다. 이곳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방문객도 난생 처음보는 커피나무의 ‘생소함’과 한국산 커피라는 ‘신기함’을 동시에 느낄 것이다.

이곳에는 3만여 모종과, 3~5년 생 커피나무 200주, 7~9년생 커피나무 800주가 재배되고 있다.

재배되는 커피나무의 95%는 고급원두로 인정받아 신맛과 단감, 감칠맛 등으로 유명한 아라비카(Arabica) 품종이며 나머지 5%는 향이 구수하며 신맛이 적고 쓴맛이 강한 것이 특징인 로부스타(Robusta) 품종이다.

이중 박 대표가 발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재배 중인 3~5년 생 커피나무는 보통 4년차에 열매를 맺는 커피나무의 특성상 올해 수확을 앞두고 있다.

박 대표는 “씨앗부터 키웠던 커피나무가 올해 드디어 수확을 앞두고 있습니다. 커피나무는 보통 4년차부터 수확을 해요. 커피꽃이 개화하고 6~8개월 정도 있으면 열매가 익어 수확이 가능하죠. 오는 4월 정도에 커피꽃을 기대하고 있는데, 우리농장은 시설조건이 우수해 5개월 정도면 수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팔당커피농장에서는 지난해 약 100kg정도의 커피를 수확했다. 농장의 첫 수확이었다. 100kg이면 약 5천 잔 정도의 커피를 마실수 있는 양인데 동네 주민들에게 시음회를 열고 나머지는 샘플용, 연구목적으로 사용했다.

현재 농장에서 수확 가능한 커피나무는 1천주 정도로, 올해는 작년보다 5배 증가한 약 500kg 정도를 수확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박 대표는 “평생을 농산물과 관련된 일을 해서 그런지 커피나무를 재배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오히려 생각보다 쉬웠죠. 커피나무는 병충해에 강해요. 그래서 일반 과수 키우는 것처럼 수분관리, 영양분 관리 정도에 신경을 썼고, 제일 중요한 온도 관리를 잘해줬더니 별 문제 없이 잘 컸어요”라고 말했다.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커피나무 재배가 쉽다고 말하는 그는 천상 커피농장의 농부였다.

팔당커피농장의 특별한 이유는 정말이지 간단하다. 사실은 우리나라에 없어야 할 커피나무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나무를 누구나 만지고 구경할 수 있다는 것. 심지어는 이곳에서 재배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농장에서 준비한 커피나무를 직접 보고 느낀 후, ‘한국산 커피’ 마시는 농장힐링투어에서는 연차 별로 성장하고 있는 커피나무를 보며 각각 색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으며, 또 커피나무를 보며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커피숍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묘한 매력을 준다.

또 커피 전문가 및 애호가를 위해 준비했다는 ‘Seed to Cup’ 프로그램은 커피 체리의 수확에서부터 가공, 로스팅, 커핑, 추출까지 수확 시즌에만 가능한 한정 프로그램이다.

외국 커피농가를 견학가더라도 직접 접하기 어려운 전체 가공과정을 커피를 사랑하는 국내 전문가 및 애호가들에게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밖에 체리, 파치먼트, 생두, 블렌딩 원두, 모음 키트 등 팔당커피농장에서만 구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 판매할 계획이어서 이를 소장할수 있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박 대표는 “많은 시간을 공들여 차근차근 커피농장을 준비해 왔어요. 올해부터는 커피농장 현장체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에요. 또 당장은 아니지만 커피나무 재배 규모를 더욱 늘려 백화점과 마트 등에 제가 만든 ‘한국산 커피’를 진열하는 게 소망이자 꿈이죠. 팔당커피농장이 커피농장이 어떤식으로든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지백·김동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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