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같던 닭 살처분 참담...3억 날렸지만 포기않고 재도전
농장 굳게 잠그고 청소·소독..."정부, 대비책 마련 힘 쏟아야"

▲ 안성시 미양면에서 그린팜 농장을 운영하는 전문농업인 이해만(44).
조류인플루엔자(AI)와 벌인 ‘2전3기’였다. 2013년, 2015년 연거푸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자식같던 닭 24만 마리를 땅에 묻었다. 거금 3억 원을 날렸다. 25년 농삿일에 바친 청춘이 무상했다. 포기할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초 삼계탕용 병아리 6만 마리를 다시 들였다. 초고속 AI가 안성지역으로 향하던 시기였다. 삼세판 모두 당할 수는 없었다. 안쪽에서 농장을 굳게 걸어잠갔다. 살림살이를 농장으로 옮겼다. 자신만의 성을 쌓고 농장 밖 세상과는 단절했다. 그로부터 한 달. 성 밖은 AI 쑥대밭으로 변해갔지만, 성안의 병아리는 무럭무럭 자랐다. 정유년 첫날 4만 마리를 출하했다. 조만간 나머지 2만 마리도 출하할 예정이다.

안성시 미양면에서 그린팜 농장을 운영하는 전문농업인 이해만(44)씨는 새해 시작과 함께 AI복수혈전에서 승전보를 울렸다.

이씨의 출하 소식은 ‘가뭄속의 단비’다. 안성지역은 이번 AI사태로 3일까지 230여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한 최대 피해지역 중 한 곳이다.

안성지역은 기르던 닭, 오리 3마리중 1마리가 살처분되는 등 사실상 떼죽음이 현재진행형인 곳이다.

이씨는 AI와 정면으로 맞서보기로 결심하고 이를 악물었다.

병아리를 들여오기 한달 전부터 농장 주변과 계사를 청소→소독→청소→소독을 반복하면서 준비했다. 각종 차량은 물론이고, 인근 농장주들의 출입도 차단해버렸다.

“너무 극성을 떤다는 핀잔도 들었어요. 실패했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밤낮없이 매달렸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열심히 일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요.”

인근 서운면에서 어머니와 함께 포도농사를 짓는 25년차 전문농업인인 이씨가 양계업을 시작한 것은 6년 전이다. 한-칠레 FTA로 포도농사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고 축산업쪽으로 눈을 돌렸다.

포도밭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린팜 농장을 마련해 닭 농사를 시작했지만 ‘절대천적’을 만났다. AI였다.

그는 “애지중지 키우던 닭을 땅속에 묻을때 심정은 헤아릴수 없을 만큼 비참하고 참담했다”면서 “지금도 농장 한 켠에 있는 매몰지 근처에는 가지 않는다”고 곱씹었다.

이씨는 10년 넘게 매년 가금류 농장들이 초토화되고 있는데도 우왕좌왕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중앙과 지방정부가 매년 살처분 보상금으로 수천억 원을 쓰고 있는데 모두 사후약방문”이라면서 “AI를 연구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데 예산을 투입했다면 이런 재앙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안성지역에서 사육되는 닭·오리 대부분은 대형 유통회사 소유나 다름없는데, 사육시설은 열악하다”면서“AI발생 시 농가와 유통회사 양쪽에 공동 책임을 묻는다면 시설개선이 이뤄질 것이고 그렇게되면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살처분이 능사가 아닙니다. 선택적 살처분방식으로 개선하면 정부는 막대한 국비를 절약할 수 있고 또 농가도 경제적 손실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전현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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