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생활비도 바닥났고 생계지원금은 소식은 없는 상황 입니다. 이동 자제 문자만 계속 들어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최악의 피해를 본 경기도내 가금류 사육농가가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출하를 앞둔 닭·오리가 모두 살처분돼 차례상 차릴 비용마저 여의치 않은데 금방 지급해준다던 생계지원 자금은 아무런 소식도 없기 때문이다.

AI 확산을 막기 위한 이동제한 조치로 옴짝달싹할 수도 없다. 사태가 급속히 진정되지 않는 한 거대한 ‘가금류 공동묘지’로 변한 농장에서 침출수 피해를 걱정하며 설을 맞아야 할 처지다.

살처분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분뇨, 사료, 축사 소모품 등 AI 잔존물 정리와 방역에 여념이 없는 피해 농가에게는 명절은 먼 나라 얘기다.

포천에서 육계를 키우는 A씨(55)의 하루 일과는 텅 빈 축사를 소독하는게 전부다. 키우던 닭을 모두 살처분했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선 아무런 연락이 없다. 생계지원금도 해가 바뀌어도 무소식이다.

A씨는 “생활할 최소 비용도 없다. 아들에게 이번 명절에는 오지말라고 전화했다”고 말했다.

AI 피해를 보지 않은 농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B씨(59·안성시)는 AI 음성 판정을 받아 육계를 가까스로 출하했지만, 재입식을 못 해 일손을 놓고 있다. 이동제한에 걸려 왕겨도 들여오지 못하고 거름 작업을 할 수도 없다.

B씨는 “자식들에게 이번 설은 서울 사는 큰집에서 모이자고 했다”고 밝혔다.

허지성기자/sorry@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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