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군·구의회, 관광성 연수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속에서 인천 군·구의회 의장 전원이 제주도로 관광성 연수를 떠나 빈축을 사고 있다.

5일 인천시 군·구의회의장협의회 등에 따르면 인천 10개 군·구의회 의장들이 지난 4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국내연수를 떠났다.

이번 연수에는 각 의회 의장 비서들이 수행했으며, 제주도 한담마을 산책과 송악산 트레킹, 산방산 탄산온천, 에코랜드 등 일정으로 짜여졌다.

1천200만 원 상당의 경비는 의장협의회 분담금으로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의장단 연수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I로 인한 달걀 대란과 대통령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권의 혼란 속에서 의장단 연수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당장 설 연휴를 앞두고 물가 상승을 걱정하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생을 챙겨야 할 군·구의회 의장들이 관광성 연수를 떠나야 했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청정지역이었던 인천도 AI에 뚫린 상태다.

지난달 26일 서구 닭 사육 농가에서 AI 양성 반응이 나와 반경 3㎞ 내 17개 농가 가금류 416마리를 긴급 살처분했다.

시는 서구 29곳과 계양구 25곳, 부평구 7곳 등 해당 농가에서 반경 10㎞ 내 농가 61곳의 가금류 16만8천434마리와 인근 도계장 방역 작업에 나서는 등 비상근무에 돌입한 상황이다.

부평구와 민생안정 공동결의문을 채택한 부평구의회는 비상시국임을 감안해 4박 5일 공무국외여행까지 취소했지만 정작 의장은 제주도로 연수를 떠났다.

모 구의회 A 구의원은 “AI 확산과 탄핵 정국에 관광성 연수를 간다는 건 대통령 선거일정이 어찌될 지 모르니 미리 놀러가겠다는 뜻 아니냐”며 “아무도 모르게 쉬쉬하며 연수를 간 것은 스스로도 찔리는 데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장단협의회 회장인 윤재상 인천 강화군의회 의장은 “3개월 전에 계획된 일정이라 어쩔 수 없었다”면서 “이번 연수는 각 군·구의회 단합과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환기자/cnc4886@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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