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정국불안 등 겹악재 지난해 比 매출 30~40% 급감

▲ 6일 오후 수원 시내의 식당들이 손님이 찾지 않은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허지성기자
연초부터 경기지역의 서민경제가 전형적인 불황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체감 소비심리는 갈수록 추락하고 있는데 반해, 밥상물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서다.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최악의 조류독감(AI) 확산 등과 같은 물리적, 심리적 악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영향이다.

체감 경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음식점과 술집 등이 매출감소로 울상을 짓고 있다.

한때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던 지난주 금요일(6일) 저녁 9시 40분께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일대 A호프집. 동시에 50명 이상 이용할 수 있는 이 호프집의 손님은 단 3명 뿐이었다.

호프집 주인 이모(58·여)씨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불금에는 자리가 없어서 손님을 받지 못했을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하룻동안 받은 손님 숫자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라면서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매출이 30~40% 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국정농단 등 어려운 상황이 겹치면서 장사가 너무 안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가족들이 운영을 돕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비슷한 시각 팔달구 인계동 B고깃집은 아예 개점휴업 상태였다. 식당 밖에 내건 ‘신장개업’이라는 홍보문구가 무색할 정도였다.

주인 홍모(65)씨는 “정치적 이슈에 사람들이 관심이 쏠려있는 반면 생활경제 활성화, 특히 서민 생활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면서 “매출 변화는 따질 것도 없고, 밤 11시까지였던 영업시간을 9시 30분으로 앞당겼다”고 푸념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식당 등도 사정은 비슷했다.

같은 날 밤 10시 30분께 장안구 조원동 C닭갈비집. 테이블 6개 중 5개가 텅 비어있는 상태였다. 인근에 대단위 아파트단지와 북수원CGV, 홈플러스 북수원점, 장안구청 등이 있어 유동인구가 제법 많은 곳인데도 썰렁했다.

이 가게는 불과 1년 전만해도 주말 매출이 100만 원을 넘길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요즘은 30만 원 안팎으로 추락했다.

심야 영업, 24시간 문을 여는 음식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에 있는 부침개 전문음식점 주인 홍모(47)씨는 예년에 비해 매출이 20% 넘게 감소한 상태에서 식용류와 계란값마저 폭등해 대책이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시장 상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는 포기한 지 오래”라면서 “30개 들이 계란 한 판에 1만 원이 넘고 업소용 대용량 식용유도 구하기 힘들다고 해서 기존 음식 단가를 올릴 수 없어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해 부부가 함께 일하고 있다”고 했다.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감자탕집 사장 이모(48)씨는 “소비심리가 위축되다보니 길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IMF 때가 더 좋았다”며 “야간 시간 운영 축소가 불가피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전했다.

화서역 주변 먹거리촌 상인회 관계자는 “AI여파와 경기침체로 지난 연말연시부터 설 대목을 앞둔 최근까지 인근 상권은 친목모임, 가족이나 친지 단체 손님이 예년에 비해 70~80% 정도 줄었다”며 “일부 카페 등을 제외하고 고기집과 술집 등 업종 구분없이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인석·허지성기자/yins12@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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