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서 시작된 기강붕괴, 사회 곳곳 퍼져 질서붕괴 촉발

 

▲ 휴대전화 대리점 앞에 각종 입간판과 판촉물, 홍보도구 등이 가득해 시민들의 통행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 서희수기자
국정공백 장기화, 기초가 무너진다 - 上

국정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기초질서를 비롯한 사회 각 부분의 기본과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혼용무도(昏庸無道)하게 한 대통령으로 인해, 국민에게도 ‘우리만 지켜서 뭐하나’ ‘나만 아니면 돼’ 식의 사고(思考)가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반칙 국정운영에서 촉발된 기강붕괴가 국민들의 기본 질서의식마저 갉아먹고 있다.

금연구역내에서의 흡연, 주차질서위반, 자동차 꼬리물기 등 마땅히 지켜야할 공공질서의 붕괴 현상이 바이러스처럼 퍼지고 있다.

여전히 정치인이나 국정운영자 들에게는 국가 미래에 대한 걱정은 보이지 않는다. 권력암투만이 있을 뿐이다.

심각하게 우려되는 것은 우리 국민은 암흑의 터널로 들어가고 있는지 아니면 나오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국정카오스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몸이 허약할 때 세균은 침투한다. 그러면서 악성종양으로 진행해 생명을 갉아먹는다.

국민의 기본적인 질서의식이 붕괴되면 국격(國格)은 물론 국민 인격(人格) 등이 모두 무너진다. 한번 무너진 인격을 회복하는데는 수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리석은 통치행위는 역사적으로 불명예로 기록된다.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에 대한 족적도 구전 등을 통해 전해진다. 지금 우리는 권리는 무엇이고 책임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야한다.

공공기관을 포함해, 사회 곳곳에서의 기초질서의식 붕괴 현상을 진단해 본다.

10일 오후 2시 수원 팔달구 정조로 팔달문~교동사거리 버스정류장에는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버스정류장 10m이내는 수원시 조례로 정한 금연구역이다.

팔달문 버스정류장에 20여 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한 50대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연신 피웠다.

▲ 10일 의정부 행복로 먹자골목 주요거리에 담배꽁초가 즐비하다. 서희수기자

평일 오전 11시~오후 5시까지 팔달문 버스정류장에서 요구르트를 판매한다는 김 모씨는 “버스정류장은 물론 길을 걸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다”며 “버스 승객과 시비가 붙거나 아이를 둔 부모들이 아이에게 담배연기가 닿아 항의하기도 하지만 그때 뿐”이라고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華城)내 연무대 곳곳에서도 흡연자들은 쉽게 목격됐다.

연무대 매표소 관리자는 “인근 활터 등 연무대 전체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는데도, 매표소 화장실 및 주차장 입구 등에서 흡연하는 경우가 많다. 여름, 주말에는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10일 오후 3시 광주시 송정동 한 PC방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이 PC방은 금연구역, 흡연구역이 따로 정해져 있지만 무의미했다. 금연·흡연구역의 유리 격벽은 생색내기용이었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뒤섞여 간접흡연의 피해를 입었다. 흡연자들은 종이컵을 재떨이 삼아 재를 털거나 바닥에 그냥 털었다. 한 성인 남성은 커피잔에 재를 떨고 마신후 욕을 연발했다.


같은날 오후 5시에 찾은 의정부역 지하상가 입구 앞 하수구에도 수 백개의 담배꽁초가 버려져 하수구 입구를 꽉 막았고, 의정부 행복로(路)에도 담배꽁초와 전단지들이 수도 없이 버려져 있었다.

행인 김 모씨(의정부도·31)는 “밤 늦게 퇴근하면 불법 마사지 전단지와 담배 꽁초가 길거리를 뒤덮어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의정부시 금오동 홈플러스 앞 사거리와 행복로 공용주차장 입구, 의정부역 광장내 점포에는 규정을 위반한 입간판이 가득했고 길거리는 버려진 전단지가 즐비했다.

국민 기초질서가 흐뜨러지고 있는 것은 국정공백을 틈타 무너진 공직기강도 원인을 제공했다. 기초질서 단속 등에 소홀해져서다.

과천지역의 경우 8월~최근까지 금역지역내 담배 적발 건수는 2건에 불과했고, 안양시 동안 지역도 같은 기간 단속건수가 6건에 그쳤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국정농단을 지켜보면서 무력감과 분노를 느끼고 국가 전반 적인 기본체제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 있다”면서 “국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시민들이 스스로 돌이켜보면서 질서의식 회복 등 희망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민기자·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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