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老兵)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6.25전쟁 당시 불리한 전세를 단숨에 뒤집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한 더글러스 맥아더가 남긴 말이다.

1950년 9월 15일의 인천상륙작전은 맥아더의 공과를 떠나 6.25전쟁 당시 전세를 역전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에 국내 각계대표 등은 1957년 맥아더 장군 동상건립위원회를 조직, 국민들의 성금을 모금해 인천 자유공원에 맥아더 동상을 세워 그의 공을 기리고 있다.

이후 정부는 지난 2003년 5월 맥아더 동상을 현충시설로 지정했다.

그러나 맥아더 동상을 놓고 철거와 사수 주장하는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진보단체들은 “맥아더는 조선의 분단을 부추긴 점령군에 불과할 뿐”이라며 동상 철거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보수단체들은 “맥아더 장군이 지휘한 인천상륙작전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조국의 번영은 없었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맥아더 동상 철거·사수를 떠나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6.25전쟁 참전유공자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전장에 나가 피땀을 흘려가면서 대한민국을 지킨 그분들이야말로 국가에서 책임을 다해 보살펴야 한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국가유공자는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고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인천지역 내 일부 참전유공자들이 한끼를 해결하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한 보훈회관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보상과 지원으로 행복한 삶을 누려야 할 국가유공자들이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6.25참전유공자들이 정부로부터 지급받고 있는 참전명예수당은 1인당 20만 원에 불과하다.

지방정부 지원금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인천의 경우 시 5만 원, 군·구 3만 원으로, 참전유공자들이 한달에 손에 쥐는 돈은 28만 원이 전부다.

나라를 위해 피흘린 대가가 1년에 336만 원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고령의 한 노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참전유공자들을 이렇게 대우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고 서운해 했다.

이 노병은 “지난해 6.25참전유공자회 행사에서 한 정치인이 ‘여러분들 덕분에 오늘날 우리나라가 경제 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책임을 질테니 편안히 쉬시기를 바란다’고 했다”면서 “제대로 대접도 안하고 지원도 안하면서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말인지, 편안히 쉬라는 말은 빨리 죽으라는 뜻으로 들렸다”고 격분했다.

특히 참전유공자들이 받는 참전명예수당은 국회의원들이 받고 있는 명절 떡값의 4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세비는 연간 1억4천만 원에 달한다.

매달 기본급여 600만 원, 관리업무수당 58만 원, 정액급식비 13만 원, 정근수당 646만원, 야식비 59만 원 등으로, 이 중 명절휴가비로 연간 775만 원을 받고 있다.

이 노병이 지적한 국회의원의 명절 떡값이 참전명예수당에 비해 130% 이상 많은 셈이다.

국회의원에게는 또 의원사무실 운영비 600만 원, 사무기기 소모품 지원 500만 원, 공공요금 1천만 원, 차량 유지 유류비 1천700만 원 등이 지급되고 각종 특권이 주어진다.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부이며 국정을 심의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등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세비를 많이 받고 있다는 점을 트집잡자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이 누리고 있는 각종 특혜와 특권은 모두 국민이 부여해 준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누리는 특혜와 특권만큼 국가유공자에 대한 지원과 예우를 위한 노력 등 의무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노병은 “국가에서 참전유공자들을 외면한다면 만에 하나 우리나라에 위기가 닥쳤을 때 누가 나서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마나 다행인 것은 국가보훈처가 지난해 전국의 만 15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쟁발발 시 참전 의사가 있는냐’는 질문에 국민 10명 중 7명(73.1%)이 ‘전쟁이 일어나면 싸우겠다’고 응답한 점이다.

정부와 국회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 및 지원을 다시금 고민해야 한다.

국가유공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원용 인천 사회부장/wyki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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