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는 여름 바다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지닌다. 휴가철 백사장은 동적이다. 수많은 파라솔과 북적이는 사람들, 물놀이를 즐기는 남녀와 아이들로 활기차다. 하지만 겨울 바다는 정적이다. 여름처럼 사람도 많지 않다.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도 해변을 따라 걸으며 풍경을 감상하거나 생각에 잠길 뿐이다. 사람들의 즐거운 목소리에 묻혀있던 파도소리도 겨울에는 귓전을 은은하게 울린다. 그 안에서 조용히 바다를 마주하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슴이 뚫리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일까. 겨울 바다는 새해를 다짐하는 여행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2017년 새해, 동해 서해 남해마다 봄이 오기 전에 겨울 바다를 감상하기 좋은 곳을 둘러본다.

▲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
▶ 동해 :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은 동해안 최대의 해수욕장으로 여름 성수기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몰리는 대한민국 1등 휴가지다. 겨울 바다 역시 그 못지않은 위상과 풍경을 자랑해 새해 첫날에는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최고 명소이기도 하다.

경포대 해변을 따라 걷거나 흔들그네에 앉아 보는 바다는 가슴을 뻥 뚫리게 한다 경포대의 바다는 해안선이 넓고 시야가 확 트이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포대의 파도는 꽤 거칠기 때문에 시원하게 몰아치는 파도와 드문드문 서있는 바위섬에 격정적으로 부딪히는 파도를 볼 수 있다. 특히 밤에 보는 경포대 해수욕장의 풍경은 월광에 비치는 초록빛 파도가 부서지는 절경을 연출한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경포대 해수욕장은 ‘경포대’의 이름을 딴 바닷가라는 점이다. ‘경포대’는 해수욕장에서 1km 정도 떨어진 경포호 방면에 있는 누각으로, 고려시대에 지어지고 조선시대 율곡 이이 선생이 판액을 건 곳이다. 예부터 이곳에서 선비들이 해안가를 내려다보며 경치를 찬양하는 시를 지었었다. 실제로 경포대에서는 경포대 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널찍하고 색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경포대 해수욕장에서는 그곳의 명물인 ‘마차’를 빼놓을 수 없다. 신데렐라의 호박마차를 연상시키듯 한 이 마차는 말의 발굽 소리에 맞춰 적당히 흔들거리며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경포호 외곽으로 10분 정도 돌며 경포호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초등학생까지는 5천 원이며 그 이상부터는 만 원이다.

경포대 해수욕장 주변에는 겨울바다를 둘러본 후 가볼 수 있는 맛집도 많다. 경포대 해수욕장 바로 뒤에는 동해안에서 바로 공수한 신선한 수산물들을 갖춘 식당들이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곳에서 먹는 신선한 회와 매운탕, 조개구이는 바다를 거닐며 추위를 느낀 몸을 따뜻하게 녹여준다.

▲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 서해 :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수도권에 살아 강릉이 너무 멀다면 가까운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을 가는 것도 좋다. 을왕리 해수욕장은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영종대교로 연결되어 있는 영종도에 위치하고 있다. 섬이지만 내륙과 연결돼 있어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 좋아 바다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늘 붐비는 곳이다. 이곳은 백사장의 길이가 700여 미터에 이르고 썰물 때는 백사장의 폭이 200여 미터나 드러나는데 갯벌이 아닌 단단한 모래밭이어서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특히 노을이 지는 썰물의 풍경은 전국적으로도 매우 유명해 1986년에는 국민 관광지로 지정되기도 할 정도로 수려함을 자랑한다.

을왕리 해수욕장은 바다낚시가 가능한 곳이다. 때문에 이곳은 여름을 포함해 겨울에도 바다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인근 항구에서 배를 빌려 바다로 나가면 망둥어와 우럭·노래미·병어·준치 등도 많이 잡을 수 있다. 또한 배를 빌리지 않아도 해수욕장 끝에 위치한 바위자락으로 올라가거나 항만 낚시터로 가 낚싯대를 드리워도 손맛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물고기들이 잡힌다. 가끔 철모르는 새끼 복어가 잡혀 놀라움을 주기도 한다.

을왕리 해수욕장이 가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색다른 숙박시설을 많이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을왕리 해수욕장과 바로 옆의 왕산 해수욕장에는 ‘캐라반’으로 이루어진 단지가 위치하고 있다. 캠핑카에서 캠핑하고 싶다는 낭만이 있지만 실제로 기회가 없었다면 이 기회에 캐라반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매우 좋을 것이다. 그 작은 차량 안에 있는 식탁과 침대, 그리고 싱크대는 불편함 보다는 신기한 경험으로 다가와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 줄 것이다.

을왕리 해수욕장의 맛집 중에는 을왕리 하남 조개구이집이 유명하다. 2013년과 2014년 전국을 뜨겁게 달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씨와 김수현씨가 촬영한 촬영지로도 매우 특별해진 맛집이다. 연인과 함께 창가에 앉아 조개구이를 먹으며 밤바다 풍경을 바라보면 천송이와 도민준이 느낀 분위기가 이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여기만의 치즈를 버무린 피자소스에 찍어먹는 조개는 별미 중의 별미다.

▲ 경남 거제도 구조라 해수욕장

▶ 남해 : 경남 거제도 구조라 해수욕장

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에 위치하고 있는 구조라 해수욕장은 한국전쟁 후 거제 포로수용수가 설치될 때 그곳에 주둔한 미군들이 처음으로 사용하다 1970년대 들어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구조라 해수욕장은 한려해상 국립공원 내부에 자리하고 있어 주변 경관이 매우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길이 1.1km의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백사장은 맑은 물과 함께 정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백사장을 거닐며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좋고, 언더바꿈언덕에 올라가 해안가를 내려다보는 것도 좋다.

배 위에서 구경하는 바다 풍경도 일품이다. 구조라 항에 위치한 선착장에서 거제도의 내도와 외도를 오가는 유람선을 탈 수 있다. 이 유람선은 바닷길을 따라 해금강 유역까지 돌며 섬을 낀 바다 한가운데를 배경으로 둘 수 있다. 달리는 배 안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풍경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바닷가 인근에는 서커스장이 위치해 있어 옛날 서커스 풍경 그대로의 공연도 관람 할 수 있다. 또한 구조라관광어촌마을과 거제어촌민속전시관은 거제도를 유명하게 만든 필수 코스다.

한편 거제도에는 각종 야생화와 희귀식물이 어우러져 있는 수목원인 산방산비원관광농원이 위치해 있다. 시간을 내 여행을 온 만큼, 기회가 된다면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거제도 구조라 해수욕장 주변에는 거제도 청정해역에서 공수하고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들을 재료로 한 맛집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어느 곳에를 가도 신선한 해산물이 만들어내는 회와 매운탕을 맛보며 따뜻한 겨울여행의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황호영기자/alex175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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