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늘 그렇듯이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저마다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이러저러한 희망을 가져봅니다. 이 번 새해에는 좀 더 나은 무엇인가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아마도 올 해에는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좀 더 나은 나라가 되기를 희망할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이 나라가 좀 더 안정되고 발전해 나가기를 두 손 모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 봅니다.

저 역시 간절한 마음으로 새해 소망을 가져봅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존중받고 가치를 인정받기를 …. 새해에는 대립과 분열이 아니라 일치와 화합을 이루기를 …. 새해에는 돈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이기를 …. 새해에는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기를 …. 새해에는 힘없는 약자들이 보호받고 위로받기를 …. 새해에는 죽음이 아니라 생명이 약동하기를 ….

우리에게는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소중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라는 ‘생명’입니다. 세상에 목숨보다 더 귀한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행위를 가장 의롭고 숭고한 것으로 드높입니다. 재난과 사고의 현장에서 우리는 그러한 의인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숭고한 죽음을 기리며 한없는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반대로 제 한 목숨 살자고 다른 이의 희생을 강요하거나 나몰라 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가장 수치스럽고 저급한 것으로 경멸합니다. 재난과 사고의 현장에서 저만 살겠다고 빠져나온 사람들을 보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듯 사람의 생명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입니다. 하지만 유독 재난과 사고의 순간에만 그 가치가 빛을 발해서는 안 됩니다. 아주 사소한 순간에도 여전히 사람이라는 가치는 빛을 발해야 합니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사람이 개만도 못한 대접을 받게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당장 눈앞에 죽음이라는 위기가 없기 때문에 그 생명이 무시당해도 좋은 것은 아닙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약하다는 이유로, 무식하다는 이유로, 돈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용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해도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만일 이러한 이유로 다른 이를 무시한다면 그것은 그 생명을 죽이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갖는 존엄을 잃어버리면 더 이상 살아가야할 가치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것은 곧 그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끝없는 경쟁과 대결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수모를 참고 견뎌내야만 하는 사회현실은 이미 존엄한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 위태롭기만 합니다. 그렇게 젊음을 바치고,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키우며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세상살이라면 그것은 지옥입니다. 분명 우리는 천국의 행복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났는데 왜 스스로 지옥의 종살이를 살아가야 합니까? 그것은 어리석음입니다.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을 열어가는 것은 너무나도 소중한 가치입니다. 개인의 안녕과 행복, 건강하고 평화로운 가정, 안정된 직장과 미래에 대한 희망 등등 우리가 소망하는 모든 것들은 바로 “나”라는 한 인간이 사회구성원으로부터 존중받을 때 비로소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죽을힘을 다해 노력한다고 하여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이보다 비참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새해에는 모든 사람이 진정으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아무리 약하고, 가난하고, 힘없고, 배우지 못했어도 함께 더불어 숨 쉬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이유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받고 대접받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 모아 기도해 봅니다.

이근덕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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