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우천 대비 상부덮개 흡음재 등 음향시설 빼고 시공...소리 엉킨다 공연취소 잇달아

▲ 평택시가 지난해 말 현덕면 권관리 한국소리터(300석·1천348㎡)에 13억 원을 투입해 설치한 막구조물(덮게).
평택시가 한국소리터 야외공연장에 상부 덮개를 설치하면서 공연장 핵심음향시설인 흡음재(吸音材)와 반사재(反射材) 등을 빼고 시공해 사실상 공연이 불가능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수 등 공연전문가들은 얼치기 비전문가인 공무원이 공연장을 잘 못 이해하고 설계해 발생한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15일 시(市)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소리터 야외공연장에 우천시 공연을 위해 2천206㎡ 면적의 상모 형상 막구조물을 설치하면서 예산부족을 이유로 기본적으로 설치돼야 할 흡음재와 반사재를 설계에서 제외했다.

막구조물은 최고 높이 17.5m, 외부 챙 높이 4.5m로 원형 야외공연장 전체를 덮는 모양으로, 흡음·반사재는 막구조물내에 적정비율로 설치돼야 공연시 최적의 소리를 낼 수 있다.

시는 지난해 말 현덕면 권관리 한국소리터(300석·1천348㎡)에 13억 원을 투입해 막구조물을 준공했는데, 최근 시범 공연을 하는 과정에서 소리가 엉키는 현상이 발생했고 음향시설이 설계에서 제외된 것이 드러났다.

공사 관계자는 “설계에는 흡음재와 객석 나무데크 등이 포함돼 있었지만 막구조물 설치에 예상보다 많은 예산이 들어 이를 제외하고 막구조물을 우선 준공한 것”이라고 했다.

올해 초부터 계획된 사물놀이 등 공연은 모두 미뤄진 상태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무형문화유산인 평택농악을 비롯한 평택민요 등 평택지역 예술단체는 최근 막구조물이 설치된 야외공연장이 공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시에 전달했다.

대림대 방송영상음향과 김재평 교수는 “꽹과리, 대금, 피리, 퉁소, 가야금 등 우리악기는 그 종류에 따라 적정 잔향이 다르고 특히 대금과 퉁소 등은 소리가 쭉 뻗어 잔향이 없어야 하는데 평택 야외공연장처럼 반구형태의 설계는 소리의 초점이 한 곳으로 몰려 농악공연은 물론 그 어떤 공연도 할 수 없는 심각한 구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반사음이 악기에서 나는 소리를 마스킹해 흠음재나 반사재를 설치하기 전에는 아무 공연도 할 수 없는 상태로, 흠음재를 나중에 보강하려 해도 골조의 하중 등을 계산해야 해 설계도를 다시 분석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택지역 예술단체 관계자는 “야외공연장에서는 수십명이 동시에 연주하는 농악, 민요 등을 주로 연주하는데 돔 형태의 막구조물에 소리가 빠져나가는 구멍이나 흡음재가 없고 울림이 심해 공연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공연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시에 전달하니 ‘추가공사를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평택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어느 정도의 문제가 생길지는 실제 공연을 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공연을 해보고 공명현상이 어느정도인지 파악한 후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심재용·박현민기자/min@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