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장맛비 내리던 초등학교 3학년 여름
선생님은 칠판을 두드리며 산수 풀이를 했지만
아침에 건넜던 징검다리 개울이 깊어
집으로 가는 길 걱정에
창밖의 빗줄기만 바라보았는데

하굣길 아버지는 등 다리가 되셨지

목숨을 걸고 갱구에서 석탄을 캐고
건축현장에서 손이 터지도록 철근을 깔고
시장거리 노점에서 비릿한 생선 빈 바구니를 이고
집으로 가는 길
거기에는 기다리는 가족이 있어
우리에게 힘이 되었지

아버지가 그랬듯이
우리도 그 사랑 유산으로 남기고
집으로,
그 집으로 가고 있다.


김용복
충남 서산출생. 월간 한비문학과 국보문학에서 소설 등단. 첫 시집 ‘둥근 섬과 깍두기 눈물’ 출판예정. 수원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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