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은 이날 새벽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서초사옥에서 밤새 대기하며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삼성의 2인자로 불리는 최지성 실장(부회장)을 비롯한 7명의 팀장 등 수뇌부는 서초사옥에서 철야했고, 10여 명은 이재용 부회장이 대기하는 서울구치소 주변에서 밤을 지새웠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6시 14분께 서울구치소 문을 나와 미리 준비돼 있던 체어맨 차량을 타고 자택이 아닌 삼성 서초사옥으로 향했다.
지난 밤을 사내에서 보낸 임직원을 격려하고 중요 현안을 챙긴 뒤 귀가하겠다는이 부회장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고 삼성은 전했다.
삼성은 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했더라도 여전히 특검의 수사가 진행 중이고 향후 이 부회장 등이 기소되면 재판을 통해 유무죄를 다퉈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을 들어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수사와 재판에서 뇌물과 횡령 등 주된 혐의를 벗는 게 중요하다"며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 뇌물이나 횡령죄가 법원에서 인정되면 삼성전자 등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은 해외부패방지법(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등을통해 외국 기업이 미국 이외의 국가 공무원에게 건넨 뇌물이나 회계 부정도 처벌할 뿐 아니라 수출면허 박탈 등 제재도 하고 있다.
삼성은 유죄 판결 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이런 이유로 삼성은 향후 재판에서 뇌물 등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삼성은 향후 특검의 남은 수사와 재판에 충실히 대비하면서 한동안 올스톱되다시피 했던 투자나 사업재편, 지주사 전환 검토 등 현안에도 차근차근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9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사들이려는 미국 전장기업 하만의 인수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관계자는 "수사·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하지만, 사령탑이 건재한 만큼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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