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출시한지 10년이 지났다. 아이폰은 기존 IT산업 생태계를 뒤바꿔 세상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아이폰 출시후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한 수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다. 그중에는 모토롤라와 노키아와 같은 대기업도 있다.

지난해 우리는 알파고를 보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을 목격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워 인공지능(AI)이 침범(?)할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알파고는 세계최강 이세돌을 보기좋게 꺾었다. 애플의 아이폰이 길을 터줬다면 구글의 알파고가 새로운 혁명을 이끌기 시작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인류의 가치관과 철학도 변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 자본의 위기에서 비롯돼

독일과 미국에서 비롯된 4차 산업혁명은 오는 2020년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산업혁명은 18세기말, 20세기초, 1970년대 세 차례에 걸쳐 일어났다. 이 과정을 보면 기술 진보에 따른 산업혁명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리고, 제아무리 강하고 큰 기업이라 해도 변화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면 쓰러지고 말았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은 생산성 한계와 이에 따른 자본 축적의 위기에서 비롯됐다. 지금까지 세계는 정보화·자동화와 같은 기술적 수준의 향상에도 생산성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또한, 해외 생산기지 이전·노동 유연화와 같은 고용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자본 축적은 한계에 이른 실정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에 기인한다. 첫째, 글로벌 수요가 한계에 이르렀다. 기업들이 더 이상 제품을 팔 시장이 없어지고 세계적인 성장은 둔화됐다. 새로운 수요처를 찾아야 하는데 전지구적으로 시장이 고갈됐음을 깨달은 것이다. 둘째, 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절벽이 현실화 됐다. 다시 말해 제품살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사줄 사람이 없으니 예전처럼 생산하면 망하기 일쑤다. 당연히 이익을 더 남기려면 인건비를 줄일 수 밖에 없다.

독일은 2004년 하르츠 개혁을 통해 노동 시장 유연화를 단행했다. 하르츠 개혁의 본질은 초단기 일자리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왜곡된 잡쉐어링이다. 독일은 이를 통해 일자리를 더 만들고 실업률을 낮춰 성장을 유지시킬 셈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했다. 특히, 중국이 낮은 인건비와 기술 수준의 발달 등으로 세계 공장으로 우뚝 서자 위기감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하르츠 개혁으로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 결과 제조업 리모델링 계획을 담은 ‘2013년 하이테크 전략 2020’을 발표하면서 ‘인더스트리 4.0’을 공개했다. 이를 클라우드 슈밥이 ‘4차 산업혁명’이라 명명했을 뿐이다.



촛불과 4차 산업혁명, 사람 중심 새로운 체제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특징되는 4차 산업혁명은 역설적으로 사람을 위한 경제 체제로의 회귀다. 4차 산업혁명은 더 이상 포디즘에 입각한 분업화되고 단순화된 ‘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율적으로 분산된 가볍고 유연한 생산체계와 노동을 요구한다. 때문에 민주적 훈련을 쌓고 인문학적 종합교양을 갖춘 ‘사람’이 핵심을 차지한다.

독일은 ‘사람’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국가다. 우리나라 헌법에 해당하는 독일 기본법은 제1조로 인간의 존엄성을 내걸고 이를 모든 공동체의 기초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절대 바꿀 수 없는 ‘영구조항’으로 삼고 있다. 당연히 국가는 모든 국민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최우선에 둘 수 밖에 없다. 독일이 자유로운 경제 활동과 독점 규제,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배경이다.

우리 역시 ‘사람’을 최우선으로 삼는 가치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재벌을 개혁하고 온갖 적폐를 없애 정의롭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온 국민이 촛불을 들고 조용한 혁명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조차 사악한 집단으로부터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일어섰다. 민주주의는 ‘사람’을 핵심으로 삼는 이념이다. 우리가 대한민국을 리빌딩하고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배경이다.

김준현 경기도의원(더민주, 김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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