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미국 우선주의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겠다’고 천명하였다. 세계 각국과의 동맹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국익 챙기기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실천 원칙 등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최초의 아웃사이더 대통령, 백인우월주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미국과 미국인을 강조하고 있어 자국 내는 물론 국제 질서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친러정책 등 미국의 오랜 전통을 깨는 행보를 보여 유럽을 비롯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취임식장은 역대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여주듯 참석인원이 오바마 대통령 취임 시의 절반에 불과했다. 정치인들의 대거 불참은 물론 취임 축하 공연에도 정상급 가수들이 등장하지 않는 등 매우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게다가 취임식장 밖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일부 시위대는 상점을 파손하는 등 과격 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유명인들의 대통령 지지 거부 의사표명도 이어지고 있다. 기존 지도자들에게는 볼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변과 돌출행동은 지지와 거부감을 동시에 가져오는 요소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미국인이 주로 백인에 편파적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다민족·다인종 국가 미국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취임식장에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이 백인이었다는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가 국민 통합에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전 세계 언론들이 의구심과 분열이란 단어로 트럼프 시대의 개막을 지켜보고 있고, 우리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우리 앞에 닥칠 미국과의 관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나라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조했다. 이미 우리나라에 안보무임승차론을 언급하며 방위분담금 증액을 요구했었던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또한 한미 FTA가 미국 내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고 강조해왔던 만큼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게다가 미·중간의 갈등 요소는 우리에게 더욱 큰 악재가 되고 있다. 이미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 조치는 한한령(限韓令)으로 가시화되면서 우리 경제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트럼프 시대는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선택을 강요할 것으로 보여 우리 외교가 시험대에 놓인 것은 분명하다.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