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렇게 설계했습니까?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 공연장의 기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만 우선한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적 설계입니다.”

지역 예술단체는 비행접시 모양이냐고 꼬집었다.

평택시는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 중요무형문화재인 평택농악을 상징하는 ‘상모형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천300 여㎡ 규모의 한국소리터 야외공연장을 뒤덮은 대형 천장 가림막을 두고 한국음향학회 소속 전문가들은 심각한 설계라고 입을 모아 질타했다.

야외공연장 천장 가림막은 2015년 설치 검토단계부터 지역 예술인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끝없이 펼쳐진 창공과 아름다운 평택호반을 무대삼아 관객과 어우러지며 공연을 펼칠 수 있는 야외공연장에 천장 가림막을 설치하면 살판(공중제비)과 버나(접시돌리기) 등 재주를 펼치기 힘들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하지만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평택농악 상설공연을 펼칠 수 있는 야외공연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필요성이 더 강조됐다.

평택시 관계 공무원과 평택 예술단체 관계자들은 공연자와 관객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야외공연장을 설계하기 위해 수도권 내 설치된 야외공연장을 탐방하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국·내외 공연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대한민국 무형문화재 축제’를 시청 광장이 아닌 야외공연장에서 펼쳐보자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설계단계에서 지역 예술단체의 의견은 묵살됐고 시 문화관광과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방음재와 반사재를 설계에서 제외키로 결정했다.

디자인을 우선하며 공연장 필수 음향시설을 배제키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어떤 공연자도 관객도 찾지않는 13억짜리 상모 형상 조형물이 탄생했다.

객석과 가까운 상모 외부 챙의 높이는 4.5m로 설계됐다. 농악 공연 중 관객의 바로 앞에서 시선을 빼앗는 버나는 3,4m 공중으로 접시를 던졌다 받아챈다. 마음 놓고 버나를 감상할 수 없을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박현민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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