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사유와는 무관… 박근혜 대통령측 '고영태 흠집내기' 해석도

 
▲ 사진=연합
"검찰에서 최순실과 고영태의 관계가 어떠냐는 질문을 받고 '내연 관계'라고 진술했죠?"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 "그렇게 추측된다고 얘기했습니다."(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차씨의 이 같은 대답이 나온 순간 헌법재판소 1층 대심판정은 '헉'하는 낮은 신음과 함께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간 최씨와 고씨가 모두 부인해왔던 이들의 내밀한 관계가 차씨의 입을 통해 처음으로 폭로된 것이었다.

 차씨는 '왜 그렇게 추측했느냐'는 박 대통령 측의 이어진 질문에 2014년 고씨가만나자고 해 이른 아침 청담동 레지던스의 레스토랑에 갔더니, 최씨와 고씨가 딱 붙어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봤다며 "분위기가 내가 받아들이기엔 정상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최씨가 "고씨 집에 갔더니 젊은 여자가 있어서 '누구냐'고 묻자 되려 '아줌마는 누군데요?'라고 하더라.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라고 화를 내는 모습을 봤다며, 이들의 모습이 '바람피워서 헤어지는 전형적인 연인의 모습'으로 느껴졌다고 진술했다.

 차씨는 "고씨를 만났을 때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죽고 싶다'고 해 이유를 묻자'몰라도 돼요, 그런 게 있어요'라고 한 적이 있다"며 1976년생인 고씨가 돈 때문에 1956년생인 최씨를 만난 것으로 생각했고, 실제 금전 문제를 놓고 다투거나 최씨가 헤어진 고씨 집에서 고급 시계를 회수해오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또 최씨가 남편 정윤회씨랑 헤어지기 전부터 고씨와 관계가 시작됐느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 그분이 언제 이혼했는지, 최씨가 고씨와 언제부터 만났는지를 내가 모른다"고 했다.

 차씨는 "고씨는 존대를 했지만 최씨는 반말을 하는 사이"였다며 일각의 주장과는 달리 둘은 동거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기억했다.

 또 이들은 옆에서 듣고 있기 어려울 정도로 격렬하게 말다툼을 하곤 했다며 고씨가 최씨에게 '돌대가리를 뭐하러 달고 다니느냐'는 욕을 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차씨의 이러한 폭로성 진술은 모두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의 신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최씨와 고씨의 관계는 박 대통령 탄핵사유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박 대통령 측으로서는 최씨의 실체를 언론에 폭로하면서 이 모든 사태를 불러온 고씨의 평판을흠집 내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어보려고 시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25일 헌재 증인신문이 예정된 고씨는 앞서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당시 최씨와 이성 관계였느냐는 질문을 받고 강하게 부인했다. 차씨도 이날 헌재에서 "내가 눈으로 보거나 한 게 아니라 두 사람의 상황을 보고 느낀 감정을 검찰에서 진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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