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일할 수 있다는데 행복을 느낍니다. 다른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도 취업의 방법을 공유하고 싶어요.”

21번 염색체가 정상인보다 1개 많은 구경록(27)씨는 다운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요양보호사 1급, 핸드드립(마스터) 자격증, 안마교육과정 수료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또 일반학생들과 함께 초·중·고등학교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녀 12년간 개근상을 받았으며 지난 2008년에는 호산나대학 교양학부에 입학해 노인케어학과를 졸업했다.

구씨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실습과정도 어려웠지만 필기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잠을 아껴가며 공부했다”며 “평소 커피에 관심이 많아 바리스타 자격증은 쉽게 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영유아 발달에 적합한 장난감, 도서, 영상자료를 무료(연회비 1만 원)로 제공하는 인천 연수구의회 1층 ‘도담도담 장난감월드’다.

그는 부평구에서 연수구로 이사 오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됐고 송도 2동 주민센터의 안내로 연수구 ‘2017년 장애인복지일자리’ 사업에 대해 알게 됐다.

연수구가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2017년 장애인복지일자리’ 사업은 장애 유형별 맞춤형 신규 일자리를 제공한다.

구씨는 우체국과 칫솔 공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지만 차근차근 배우자는 마음으로 하루 3~4시간 근무하는 참여형 복지일자리 사업에 지원했다.

이후 업무능력 평가 과정을 거쳐 고용이 결정됐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구씨는 “잘할 수 있을지 몰라서 참여형 복지일자리 사업에 지원했다”며 “일을 시작하니 정말 재미있어서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전일제 근무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가 이곳에서 하는 일은 장난감 세척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앞치마와 장갑, 마스크를 착용한 후 반납된 장난감 포장을 벗겨 물티슈와 마른 티슈를 이용해 깨끗이 닦아 소독기에 넣는다.

구씨가 깨끗이 닦은 장난감은 이곳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이 2차 세척과 소독을 거쳐 포장하게 된다.

구씨는 “출근을 하면 항상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며 “아이들이 사용하는 장난감을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해 꼼꼼히 세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에서는 꼼꼼한 사람으로 통하지만 친구들과 가족들에게는 재주꾼으로 불린다.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고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추출해 라테와 카푸치노도 만든다.

친척들이 해외를 다녀와 구씨에게 전하는 선물은 항상 희귀한 원두다.

이와 함께 대학교에서 전공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활용해 할머니와 가족들의 안마는 구씨가 책임지고 있다.

그는 “일요일 온 가족이 모이는 자리에서 커피를 만드는 일은 항상 내가 담당하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커피를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씨는 장애인 일자리의 홍보가 부족한 데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장애인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그는 “인천시가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고 또 일자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으면 좋겠다”며 “현재 목표는 도담도담에서 계속해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아직 취업을 못한 장애인 친구들에 많아 그들에게도 연수구 장애인복지일자리 사업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기정기자/ckj@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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