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의 구속으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의 전말이 곧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정유라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비리 연루자들의 구속도 이어지고 있다. 류철균·남궁곤·김경숙·이인성 교수들이 차례로 구속되고 최종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최경희 전 총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국정농단의 모든 사안이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지만 교육농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입시비리는 무엇보다 민감한 사안이다. 국내 유명 대학 교수들의 줄줄이 구속으로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바로 쳐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자괴감을 느낀다는 교수들이 많다.

이들이 최소한 국조특위 청문회에 나왔을 때라도 진실을 밝혔더라면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혀 최순실씨를 모르고, 정유라씨에게 편의를 봐준 적이 없다는 뻔뻔한 거짓말로 일관해 분노가 더욱 커졌다. 특검은 최 전 총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계속해서 특검 소환에 불응한 최순실씨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최 전 총장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와 위증죄, 최씨에게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이 밝힌 입시비리 전모는 최씨, 최 전 총장, 김 전 학장, 남 전 입학처장으로 고리가 이어지고, 남 교수가 면접교수들에게 회유와 압력을 넣은 구조였다. 최 전 총장은 남 전 처장에게 정유라를 무조건 뽑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예상했던 대로 정유라 특혜의 최종 책임자임이 분명해졌다. 최 전 총장이 이미 오래 전부터 최씨와 아는 사이였다는 증거도 나왔다. 특검이 두 사람이 수십 차례에 걸쳐 전화통화를 한 내역을 확보한 것이다. 이런 명확한 증거 앞에서 더 이상 최씨가 단순히 학교를 방문한 학부모였다고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부정입학 이후에도 정유라씨는 출석하지도, 과제물도 내지 않고 학점을 잘 받았다. 최 전 총장과 김 전 학장이 교수들에게 정씨를 잘 봐 줄 것을 노골적으로 지시했던 것이다. 교수가 과제물을 대신 내기도 했으니 교육자의 양심이 갈 데까지 간 것이다. 정유라 입시 및 학사비리 관련자 모두가 구속되면서 이 사건도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이 모든 농단의 주역인 최순실씨는 단 한 번도 특검에 출석한 적 없다. 최씨를 반드시 특검에 출석시켜 입시비리 의혹의 실체를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교육농단의 관련자들을 엄벌해 두 번 다시 교육계에 이런 부조리와 치욕이 일어나지 않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