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에게 진 빚을 평생 동안 갚으려 합니다.”

경기도 고양에서 스테인레스 건축자재를 가공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정인순(54) 거창금속 대표의 차안에는 항상 이동식 노래방기계가 실려 있다.

매달 파주의 한 복지시설을 찾아 어르신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것이 중요한 일상이기 됐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힘든 어려운 시절을 보냈지만 주변에서 베풀어준 도움과 관심으로 지금의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 대표는 30여 년 전 고향인 경남 거창을 떠나 쌈짓돈 100만 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했다. 이후 금속 제조 공장에서 기름때를 묻혀가며 악바리처럼 일해 상경 8년 만에 스테인레스 엘보(연결배관)을 제작하는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2000년 중반무렵 국산제품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의 중국산 스테인레스 엘보(배관)가 시장을 엄습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시장이 좁아지면서 거래처 등에 지급해야할 대금이 밀리게 된 것이다. 그럴 때마다 정 대표는 머리를 조아리며 양해를 구했고, 거래처의 배려와 도움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정 대표는 “20살에 상경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거래처 사람들이 저를 믿지 않고 도와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주변의 관심과 도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고 빚을 졌다고 말하는 그는 조금이나마 되갚기 위한 방법으로 봉사를 택했다. 정 대표는 4년동안 매달 파주시 ‘우양의 집’을 찾아 보살핌이 필요한 노인들과 함께하고 있다.

우양의 집은 무연고 독거노인들이 지내는 복지시설이다. 마음이 맞는 지역 주민 7~8명과 함께 식사와 목욕, 청소 등의 나눔을 베풀고 있다. 특히 복지시설에서 필요로 하는 생필품 지원뿐 아니라 사람의 온정을 전하는 봉사에 더 전념하고 있다.

정 대표의 봉사활동은 고스란히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15살 중학생 막내딸부터 지금은 군복무 중인 아들, 그의 아내까지 온 식구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정 대표의 아내는 15년간 매주 지체장애인의 작업장을 찾아가 봉투붙이기 등 업무를 도와주고 있는데 매번 막내딸과 함께 한다. 또 정 대표는 사비를 들여 매년 가족과 지체장애인과 함께 여름에는 해수욕장으로,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이들에게 세상에 진 빚을 갚는 방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장애인들을 보살피는 게 힘들만도 한데 아이들이 온 정성을 다해요. 저는 정말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했고 힘들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힘겹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제 힘이 닿는 한 도와주는 것이 의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안원경기자/letmehug@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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