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천시가 개최한 학대피해 노인 부부들을 위한 리마인드 웨딩행사.어르신들이 수줍은 신혼부부로 돌아갔다.폭력 등으로 고통받은 어르신들은 눈물을 훔치며 아픔을 씻어냈다.

신랑 신부가 입장할 때 경쾌한 사회자의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하객들은 주인공들에게 집중했지만 이 행사가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숨은 역할을 한 사람이 있다.

세주합동볍률사무소 소속 이승기(38)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 변호사는 “웨딩홀 대여, 헤어, 메이크업, 웨딩드레스, 예물 등 부가적인 것 모두 준비해드렸다.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셨다. 내가 가진 말 잘하는 장기로 재능기부를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변호 일만 하는 것도 바쁠텐데 그는 여러가지 직업을 가지고 있다.변호사, 강사, 시인, 연극배우. 2015년 11월에는 시인으로 등단했고 아마추어 극단을 꾸리기도 했다. 또 1년에 교단에 서는 횟수만도 130회에 달한다.

최근에는 악성댓글을 다는 학생들을 상대로 어떤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는지 댓글이 얼마나 무서운지 열변을 토하고 있다. 이처럼 인천에서 가장 바쁜 변호사 중 한 명이다.

그의 사회 첫 출발은 샐러리맨이었다. 국내 최고라 불리는 대기업에 근무했지만, 성공적인 노년보다 ‘하고싶은 일’에 대한 갈망이 간절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제 꿈이 아니었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게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줄곧 했고 그래서 과감하게 회사를 접고 변호사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5년차 변호사인 그는 인천 곳곳에서 고문변호를 맡고 있다. 공공기관부터 기업, 육아지원센터, 여성단체, 노인 기관 등 그 개수만 50개에 달한다.

이 변호사의 동료들은 “그는 정말 바쁜 사람이다. 시간을 나노단위로 쪼개 쓰는 것 같다”며 “주 업무인 변호도 빈틈없이 해내기 때문에 부러운 선망의 대상이다”고 했다.

특히 그는 기업에 특화된 변호를 하면서 대기업보다는 소상공인 편에 서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학교 급식으로 김치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을 변호해 승소를 이끌었다.

이 변호사는 “김치에 들어가는 고춧가루를 방앗간에서 구매하다보니 원산지증명이 어려웠다. 직접 방앗간 찾아가서 어르신들을 만나 뵙고 업체의 주장을 증명했다. 작은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당사자에게는 생계가 걸린 일이지 않냐”고 말했다.

이 변호사의 성과 등은 그의 신념에서 비롯된다. 그는 입버릇처럼 ‘사람을 구하는 건 법이 아니라 사람이다’고 말한다.

그는 “내 인생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매달려 있다. ‘변호사님, 이번에 잘되겠죠?’, ‘여보, 오늘도 힘내’ 라고 말하는 사람들, 나는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지고 있다. 사람들은 절실하다. 나는 그들만큼 절실하게 그들을 돕고 있다. 내가 바쁜 이유도 이 넘치는 에너지를 폭발하지 못하면 매너리즘에 빠질까봐 두려워서다”고 말했다.

조현진기자/chj@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