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 풍경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만의 일로 여겨졌던 명절 음식 장만 등을 거드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인천 계양구 작전동에 사는 김명운(59)씨는 명절 때면 어머니 댁 도착과 동시에 아들과 함께 전을 부친다.

요리가 서툰 탓에 각종 재료 준비는 아내가 하고 자신은 아들과 전 부치는 일을 맡는다.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에도 나선다.

김씨는 “아이들과 함께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도 아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시대가 변했고, 남자들도 명절 준비와 마무리를 함께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인천 남구 학익동에 거주하는 노영희(60)씨는 “아들들이 결혼 이후 명절 때 이것저것 일을 하려고 한다”며 “지난 추석 때는 여자들만 외출하고 남자들이 집안에서 잔 일을 했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아직도 적잖은 여성들이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도 사실이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사는 직장인 김민정(33·가명)씨는 결혼한 뒤로부터는 명절 연휴가 가장 두렵다.

온종일 음식을 만들고 시집 식구들을 상대할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평소 집안 일을 잘 도와주던 남편도 시댁에 가면 TV만 보는 탓에 각종 음식 준비와 설거지 등이 온전히 부담으로 다가온다.

김씨는 “평소 집에서는 설거지와 청소를 도와주던 남편이 시댁만 가면 어린아이가 된다”며 “시어머니 눈치 때문에 뭔가 일을 시키기도 그렇고 연휴가 끝나면 몸이 더 피곤해 시댁 식구들과 남편이 밉다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무소속 이찬열 국회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명절 연휴 가정폭력 112 신고현황’을 보면 2014년 7천737건이던 접수 건수가 지난해 1만622건으로 늘어났다.

명절 기간 받은 스트레스가 가정폭력으로 이어진다는 해석이다.

김상우기자/theexodu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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