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명절을 앞둔 24일 오전 병점역 앞에서 태안중앙교회 관계자들과 화성동부경찰서 태안지구대 경찰관들이 노숙인들과 불우이웃에게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조태형기자
24일 오전 11시 병점역 태안중앙교회가 운영하는 야외노숙자무료급식소. 영하 9도인 이날 급식소 앞에는 약 40~50개의 각 신문지위에 놓인 돌이 10m정도 죽 늘어져 있었다. 오전 12시부터 시작되는 급식을 받기위해 노숙인들이 가져다 놓은 것으로 노숙인들마다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이 있다. 일종의 대기표다. 

한 노숙인은 “하루에 겨우 한 끼 먹는다”면서 “내 차례가 오기전에 배식이 끝날 수 있어 우리들끼리 한 약속”이라고 했다. 오전 10시부터 모이기 시작한 노숙인들은 신문지를 가져다 놓고는 급식소에서 준 차를 마치며 인근 벤치에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눴다.

이날 병점역에 모인 노숙인, 노인들만 150여명이었다. 무료급식소를 찾은 절반은 지역 독거노인이다. 나머지 반은 서울·안양·평택·천안 등에서 원정을 온 노숙인과 지역 토박이 노숙인이다.

한 노숙인은 “지역에 급식소가 적어 하루 삼시 세끼를 먹기위해 서울과 안양, 평택, 천안 등을 찾아다니는데, 양도 줄고 제공되는 음식의 질도 떨어져 갈수록 먹고 살기 힘들다”고 했다.

이날 반찬은 두부조림, 콩나물, 취나물, 볶음김치, 우거짓국 그리고 유통기한이 다된 빵이었다.

자신을 박씨라고 밝힌 한 노숙인은 “여기오면 종종 고기라도 먹을 수 있었는데, 최근 한 달동안 나물만 먹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돼지고기볶음, 계란후라이, 소시지볶음, 미역국 등이 종종 나왔다.

고병원성조류독감(AI)여파 등으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후원자들의 주머니가 갈 수록 팍팍해지고 있는게 원인이다.

10년 넘게 수도권 곳곳에서 숙식했다는 노숙인 이씨는 “얻어먹는 처지에 반찬투정을 할 수는 없는데 요즘 들어 이곳뿐만 아니라 서울역이나 영등포역에서 주는 밥도 최근 2,3개월 사이에 좋은 반찬이 많이 사라져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은 급식소를 찾은 노인들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급식을 기다리던 한 노숙인은 패딩입은 노인을 손가락질하면서 “점퍼도 입을 수 있을 만큼 먹고 살만한 사람(노인)들이 와서 겨우 하루 한 끼 먹는 노숙인의 급식을 가로채 짜증이 난다. 노인들이 먹지 않으면 더 좋은 급식이 나올텐테 때론 화가 치민다”고 투덜거렸다.

무료급식을 받으러 온지 3개월이 됐다는 김모(73) 노인은 “얻어먹는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끼니를 챙겨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건강을 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매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노숙인과 노인들은 이날 뒤섞여 천막도 없는 간이탁자 위에서 선 채로 허겁지겁 식사를 했다.

지난 8년간 병점역에서 무료급식을 한 송민하 목사는 “후원으로 무료급식 비용을 충당하는데 최근에는 물가가 상승해 점차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나마 오늘은 날이 추워 많이 오시지 않아서 다행이다. 넉넉하게 드리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고, 수원역에서 저녁을 배급하는 한 교회의 목사는 “ 2,3개월 전보다 한 끼 식사 비용이 50%가 늘어났다. 후원금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무작정 이전 같이 줄 수는 없고 가격이 저렴한 채소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교회 운영비용을 줄여 식사비를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식봉사에 참여한 김병파 화성동부경찰서 태안지구대 팀장은 “가끔 노숙인들이 행인과 시비가 붙어 지구대로 오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봉사활동을 하면서 안면이 있는 노숙인이다 보니 사건 해결이 좀 더 수월하게 되고 노숙인들을 타이르곤 한다”고 말했다.

안원경기자/letmehug@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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