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인 설, 주요 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매출은 20년 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지만 상품권 매출은 오히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연 중 최대 대목인 설 주요 백화점의 선물세트 매출은 평균 1~8% 가량 감소했다.

반면 상품권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10% 이상 늘어났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사전예약 판매 포함)은 전년 동기보다 1.2% 감소했다.

특히 설 대목 선물세트인 축산, 청과, 굴비 등의 매출은 3~14% 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상품권 매출은 전년 동기(설 전 일수 기준)보다 13.3%나 신장했다.

이는 지난해 설 기간 상품권 매출 신장률(7.5%)보다 2배 가량 높은 것이다. 특히 모바일 상품권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8.9%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설 선물세트 매출은 청탁금지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전체 명절상품 매출에서 상품권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긴했지만 올해도 이처럼 신장률이 높은 것은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내부 방침에 따라 정확한 수치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힌 신세계백화점의 설 상품권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신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판매가 부진한 설 선물세트와 달리 상품권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했다”며 “고객들이 갈수록 선물세트보다는 상품권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보다는 약간 낮은 한 자릿수 신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와 신세계 상품권의 경우 백화점뿐 아니라 계열 대형마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은 반면 현대백화점은 마트를 갖고 있지 않아 상품권의 인기가 롯데나 신세계보다는 약간 떨어지는 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발송인과 수령인이 드러나는 선물세트보다는 누가 썼는지 추적이 어렵고 사용이 편리한 상품권을 기업 고객 등이 더 선호하게 되면서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권의 경우 사용하는 사람이 현금영수증을 끊지 않는 이상 누가 받아 썼는지 추적이 사실상 어렵다”며 “그런 이유 때문에 설 선물세트 매출은 줄었지만 상품권 매출은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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