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겨울은 예전같이 춥지 않아서 겨울 같지 않다. 그래도 하늘에서는 매서운 찬바람이 불고, 희고 작은 꽃잎처럼 눈이 흩날리는 겨울이다. 이렇게 날씨가 추울 때, 안팎으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몸을 움직이는 게 적어지게 되고 움직임과 에너지 사용에 불균형이 일어나기 십상이다.

이런 불균형 상태가 오래되면 건강을 잃게 된다. 몸이 보내는 첫 구조요청 신호는 식욕을 잃고 감기에 걸리는 것이다. 과학적 연구결과,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은 30%가 약해진다고 하니 체온을 지키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기본이 되겠다. 따뜻한 날씨가 계속된다면 바랄 것이 없겠지만 계절에 맞는 날씨와 그에 따른 식생활이 건강을 지키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겨울의 생명력을 많이 머금은 약초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동장군의 위세에 세상이 숨죽이는 이때에 ‘나는 살아있다’고 푸릇푸릇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약초가 있다. 과거에 유동(遊冬)이라고 부른 식물로 쓴나물, 씀배나물, 씀바귀, 속새라고 불린다. 씀바귀는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이월령에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쑥이라.”라고 하였듯이 이른 봄에 나오는 봄나물의 하나이다. 한자를 풀어보면, ‘겨울을 즐기는 약초’다. 4~5월부터 싹이 올라와 계속 꽃이 피고 지며 여름을 난다. 늦가을이 되면 지상부가 말라서 사라진다. 그러나 잎과 뿌리가 언 땅에서 살아있다. 씀바귀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약초다. 유사 종으로 선씀바귀, 흰씀바귀, 좀씀바귀 등이 있다. 나물, 김치, 장아찌, 튀김 등으로 이용한다.

동의보감에서는 고채(苦菜)라 하며 ‘맛이 쓴 상추’라는 의미다.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서는 고급 채소로 취급했고, 향명으로 愁伊禾(수이화)라고 표기했으며, 오장의 사기와 소화기의 열을 없애고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키며, 피부의 종기를 낫게 한다고 하였다. 현대 연구로 항암효과와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효능이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평균 수명의 증가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당뇨 등 성인병 발생과 더불어 치과용 의료시술, 임플란트 등이 보편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구강건조증을 개선하는 적용 물질이나 소재가 거의 없는 실정인데 농촌진흥청에서 씀바귀가 당뇨병으로 유발되는 구강건조증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구강건조증이란 타액 분비량이 분당 0.1ml 이하로 입안이 몹시 마르는 현상이다. 구강건조증시 침의 분비가 감소하면서 입안이 건조해져 음식을 씹거나 삼키거나 힘들고 말하기가 불편해지며 입안에 염증도 자주 생긴다. 이때, 씀바귀는 입안 침의 양을 늘려주고, 소화효소인 아밀라제를 활발하게 분비하며, 침의 분비와 관련된 조직의 손상을 개선해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씀바귀는 노년층에서는 좋아하지만 젊은층에서는 쓴맛 때문에 먹지 않아 소비가 확대되지 못했는데 이러한 연구 결과는 씀바귀 소비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씀바귀를 이용해 건강기능성 식?의약 소재를 개발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조상들은 겨울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계절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수정과이다. 수정과는 생강, 감초, 계피가 주원료이다. 여기에 씀바귀를 약간 더해 준다면, 생명력까지 넣고 입안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겠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고, 우리가 이용하는 전통음식에는 전통의학의 지식이 들어 있고, 현대 과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우리 선조들의 풍부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동의보감 등에 근거하여 국산 약초에 대한 다양한 쓰임새 등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국민 건강 증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다함께 힘을 모아야겠다.

박춘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약용작물과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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