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학생들을 보면 교복을 입고서도 하얀 얼굴에 빨간 입술 그리고 눈 주변은 검정색으로 칠하고 컬러렌즈까지 낀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어린 여학생들이 이렇게 화장을 해도 되는 것인지 이런 세태를 쳐다보는 어른들의 가슴은 답답하다.

2016년 교복 브랜드 엘리트에서 여중고생 158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88%가 화장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화장을 시작한 경우가 34.5%로 가장 많았고 초등학교 고학년 때라고 응답한 비율도 21.8%였다.

유럽이나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화장하고 다니는 여성을 거의 보기 어렵다. 화장은 연예인들이 주로 하고 일반 여성들은 하지 않는다. 화장을 한다고 해도 눈화장 정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장이 여성의 피부를 상하게 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여성환경연대의 2014년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시판되는 립스틱의 80%에서 중금속이 검출되었다.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화장품에 방부제로 사용되는 파라벤은 인체의 호르몬을 교란시키는 작용을 하며, 향수나 메니큐어 그리고 향이 있는 화장품에 많이 들어있는 1급 독성물질 프탈레이트에 어려서부터 노출되면 남아는 성적발달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정자수가 부족하게 되며 여아는 성조숙증이 나타날 수 있고 생리불순, 불임, 유방암 등을 촉진시킨다고 하였다. 성인들은 이런 유해 물질이 인체에 들어왔을 때 이를 해독하는 면역능력이 있는데 아이들의 경우는 외부 독성 물질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컬러렌즈는 렌즈에 색을 입히거나 렌즈 사이에 색소를 넣었기 때문에 색소가 렌즈 표면의 미세한 구멍을 막아 산소투과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오래 착용하면 각막에 산소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아 각막염, 각막부종 등 각종 합병증이 발생하게 된다. 심한 경우 실명할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컬러렌즈 때문에 청소년들의 눈 건강이 매우 위험한 단계에 와있다.

보름 전 아내와 함께 뉴욕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공항면세점에서 지인에게 선물할 립스틱을 사러 화장품 코너에 들렸는데 우리 부부는 요즈음의 한국 세태를 말하며 그래도 조금 덜 빨간색으로 골랐다. 그런데 옆에 있던 50세 가량의 동양 여성으로 보이는 매장안내원이 “혹시 한국사람이세요?”라고 물어서 놀랐다. 선물용으로 좋은 컬러를 추천해달라고 하니 손님이 고른 것은 미국인들도 파티에 갈 경우가 아니면 바르지 않는 너무 진한 색이라고 말하면서 훨씬 흐리고 덜 붉은 색을 권하는 것이었다. 부끄러웠다. 우리나라 거리의 온통 빨간 입술에 만성이 되어 색깔도 구분 못한 내가 부끄러웠다.

미스프랑스에 당선된 청각장애자 소피부즐로는 2010년 자서전 출판 홍보차 방한하여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구도 했고 기자회견도 가졌다. 그녀는 인간은 존재 자체로 평가되어야 하며 결코 외모로 평가되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심사위원들이 자기를 미스프랑스로 뽑아준 것은 자신이 예뻐서가 아니라 장애인들의 문화향유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온 노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성은 아름다운 외모를 지녀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데 여성의 외모는 내면의 진정한 모습을 가리는 껍데기일 뿐이라고 말하며 여성일수록 자신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내 생각에는 남성에게도 정확하게 적용되는 말이다. 당시 23살의 앳된 아가씨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요즈음 여학생들의 무분별한 색조화장은 잘못이다. 어른들이 지도해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자체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내면을 아름답게 가꿔 자신이 명품이면 덧칠할 필요도 없다.

맹기호 시인, 매탄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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