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의 힘' 외치며 길에서 갑자기 공격…트럼프 '현상' 주목

▲ 美백인 여성에 피습당한 한국 할머니 소식 알린 '넥스트샤크'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사회에서 백인 국수주의 확산에 큰 우려가 이는 가운데 우리나라 할머니가 백인 여성의 공격에 쓰러져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2일(현지시간) 전 세계 아시아 청소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 '넥스트 샤크'(NextShark)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국인 할머니가 전날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거리에서 자신을 밀치고 간 백인 여자 때문에 넘어졌다.

이마가 약 2.5㎝ 정도 찢어진 할머니는 도로에 굵은 핏방울을 흘렸다.

이 사건은 린다 리 씨가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면서 전 세계로 알려졌다.

린다 리 씨는 한 백인 여성이 '백인의 힘'(white power)이라고 외치며 할머니의 얼굴을 친 뒤 그대로 달아났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현장에 있던 일행 중 한 명이 이 여성을 뒤쫓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여성을 체포했다.

봉변을 당한 한국 할머니는 미국 여권을 소지하고 30년 이상 미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해 온 한국계 미국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할머니는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기 싫어 아파트에서 혼자 거주한다고 린다 리 씨가 소개했다.

넥스트 샤크는 할머니를 공격한 27세 백인 여성이 현재 구금 중이며 그에게 보석금 5만 달러가 책정됐다고 전했다.

'가짜 뉴스'가 아니냐는 항간의 지적이 나오자 린다 리 씨는 "절대 사실"이라면서 "언론 보도에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가짜 뉴스를 생산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 우리나라가 현재 얼마나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지에 관한 내 목소리를 내고자 페이스북에 사진과 글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린다 리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으나 미국 대통령이 증오와 부정의 문화를 독려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런 일이 버스를 기다리거나 거리를 걷던 내 할머니에게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두려움을 토로했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지지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우려대로 소수인 종과 성 소수자, 다른 종교를 향한 백인의 공격이 줄을 이어 사회 문제가 됐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슬람권 7개 나라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잠정 불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미국 사회의 갈등 양상은 더욱 첨예해졌다.

특히 이런 행정명령을 유대인·무슬림 반대 등 인종·종교 차별을 적극적으로 주장해 온 백인 국수주의자이며 극우 논객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 고문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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