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도 쌀농사는 기록적인 가뭄과 폭염에도 불구하고 대풍작이었다. 하지만 산지 쌀값은 도매가격기준(경기미/보통) 평년대비 18% 이하로 하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쌀 소비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데 1인당 연간평균 소비량이 1985년에 128.1kg에서 지난해에 62.9kg으로 절반이 줄어들어 하루에 172g을 먹는 꼴이 되는데 밥 한 끼(한 공기)를 쌀 100∼120g으로 하면 두 공기도 채 되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 식생활은 경제사회적인 변화로 쌀 위주의 식단에서 서구화된 육류와 빵 등 간편식으로 식탁문화가 바뀌고 있고, 더구나 요즘 비만의 주범으로 탄수화물 기피현상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애꿎은 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쌀에 대해 많은 애환을 갖고 있다. 과장해서 말하면 쌀은 농경사회에서 부터 우리의 생명줄이었고 힘의 원천이었다.

우리나라 쌀의 재배역사는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1991년 고양시에서 발견된 “가와지볍씨”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난날 일제 강점기 때 군량미로 수탈의 대상이 되었고 잦은 가뭄 등 기상재해로 만성적이 식량부족에 시달려 배를 굶주리던 시절 흰쌀밥에 고깃국을 실컷 먹어보는 것이 한이었을 때가 있었다.

1980년대 이후 농사기술의 발전과 강력한 증산정책으로 쌀 자급이 실현되면서 국가적 난제였던 식량 문제가 해결되었고 식탁으로부터 발생한 에너지와 열정으로 오늘날 눈부신 대한민국의 신화를 이루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 어른들은 노동력 즉 힘의 원천은 밥에서 나온다고 했듯이 밥의 힘으로 모진 역사를 이겨내고 버티어 왔다. 우리는 쌀이 있었기에 강인한 체력을 키웠고 그 힘을 바탕으로 최빈국에서 선진산업국가로 경제기적을 만들었다.

이런 한 쌀이 요즘에 푸대접을 받고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또 쌀이 영양적으로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인지, 정말 몇몇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쌀의 탄수화물이 비만 등 성인병의 주범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지금 쌀에 대해 과연 올바르게 알고 있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쌀은 최고의 기본 영양소를 골고루 가진 매우 우수한 식재료이다.

쌀에는 탄수화물이 79%, 단백질 7% 그밖에 칼슘, 철, 인 등 미네랄과 섬유질 등 다양한 기능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쌀의 탄수화물은 밀가루에 비해 전분구조가 크고 질적으로 우수해서 서서히 흡수되며 체내 흡수율이 높아 어린아이를 처음 이유식을 먹일 때 미음으로 시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지방은 아주적어 비만의 위험성을 낮추어 준다고 한다.

탄수화물은 기초 에너지원으로 특히 뇌 활동에는 없어서는 안 될 반드시 섭취해야만 하는 영양소인데 성인병을 갖고 있는 사람도 섭취하는 양과 방법의 문제이지 꼭 먹어야 한다. 또한 쌀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인 리신이 밀가루, 옥수수, 조보다 2배나 많으며 몸에 흡수되어 활용되는 정도가 높아 질적인 면에서 식물성 식품 중 가장 우수하며 발암물질이나 콜레스테롤 등 몸의 독소를 몸밖으로 배출시키는 섬유질, 비타민 B2, 니아신 등 다양한 영양분이 함유되어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현미쌀은 더욱 그렇다.

현미에는 쌀눈이 붙어 있는데 여기에는 중추신경계 전달물질인 GABA(γ-aminobutyric acid)를 비롯하여 양질의 지방산 등 필수영양소와 항산화 물질의 창고이다. 또한 쌀은 채소와도 잘 어울리고 육류나 잡곡과도 궁합이 잘 맞아 한국인의 식단에서는 빠져서는 안 된다. 요즘 쌀은 진화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개발한 맛드림, 참드림 품종은 이제까지 우리가 최고의 밥맛이라고 여겨왔던 일본국적의 추청벼나 고시히까리벼 보다 더 우수하고 토종의 맛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먹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시 찾는다. 그리고 중간찰벼인 경기9호는 영양이 많은 현미나 저분도미로도 식감이 좋다.

쌀이야 말로 우리의 건강을 위해 꼭 먹어야 하는 식품이며 과식만 하지 않으면 균형 잡힌 영양원으로 다이어트에도 좋고 우리 몸에는 보약이 되는 것이다. 쌀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인지함정에서 벗어나자. 쌀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최소 하루에 두 끼 이상 밥을 먹는 식생활을 해 보자.

이해길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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