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23명 부정채용 확인

▲ 7일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검찰청에서 황의수 인천지검 2차장검사가 한국지엠 채용·납품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윤상순기자
#1. A씨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지엠 정규직 채용에서 9번 탈락했다. 한국지엠 식당에서 근무 중인 외숙모에게 브로커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외숙모는 한국지엠 세탁소를 운영하던 브로커를 연결해줬고, 브로커는 4천300만 원을 요구했다.

A씨는 아내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 외숙모가 2천만 원을 챙겼고 나머지는 브로커에게 전해졌다. A씨는 2015년 한국지엠으로 출근하게 됐다.

#2. B씨는 10년간 한국지엠 도급업체에서 근무했다. 2007년 한국지엠 정규직 채용에 첫 도전한 뒤 2014년까지 7번 실패했다.

이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동료들이 “돈을 쓰면 들어갈 수 있다”고 귀띔해줬다. 성공률이 높다는 브로커를 만났다. 브로커가 부른 금액은 7천만 원.

B씨는 환경미화원인 이모가 수년간 모은 돈을 빌려 브로커에게 줬다. 2015년 B씨는 한국지엠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검찰 조사에서 B씨는 “도급업체에서 10년간 열심히 일했지만 한국지엠 서류전형에서 합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정성을 들여 지원했지만 서류심사 통과도 못해 돈을 써서라도 2015년에는 꼭 정규직에 합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천지검 특수부는 7일 취업브로커가 한국지엠 입사 희망자로부터 받은 금품을 노조 집행부나 회사 간부에게 주면서 취업을 청탁했다고 설명했다.

금품을 받은 회사 간부 등은 인력관리팀에 취업 청탁자 합격을 지시하고 인력관리팀은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

검찰이 압수한 채용 평가 항목을 보면 근무경력, 나이, 학교성적, 자격증, 추천서, 신체적격성 등이 평가대상이다. 조작이 이뤄진 부분은 학교성적이었다.

입사 청탁자 C씨는 학교성적에 따른 한국지엠 평가점수가 7점이었지만 청탁 이후 17점으로 상승했다.

또 다른 청탁자 D씨는 서류 총점이 49점에서 69점으로 조작돼 전체 15위를 기록했다. 그 해 한국지엠은 정규직 15명을 채용했다.

검찰 수사 결과, 한국지엠은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6번에 걸쳐 정규직 346명을 채용했고, 이 가운데 35.5%인 123명이 부정 청탁자다.

김형근 인천지검 특수부장은 “채용 비리 구조는 회사와 노조의 원만한 관계 유지와 임단협 교섭 등 명목으로 10년 넘게 이뤄진 ‘노조 측 추천 대상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합격’이라는 고질적 관행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지엠은 향후 생산직 인사에서 노조가 개입할 수 없도록 관리직 직원 채용과 마찬가지로 채용 전 과정을 인사부문에서 일괄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조현진기자/chj@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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